'갈 곳 잃은 뭉칫돈'…시중은행 대기자금 300조 넘어

입력 2017-01-3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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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잃은 뭉칫돈'…시중은행 대기자금 300조 넘어

5대 은행 요구불예금 작년 한 해만 41조원 넘게 순증

MMDA 포함하면 요구불예금 400조원 넘어…"은행엔 이익"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에 거주하는 백모(65)씨. 과거 유명 전자회사에 다니다 퇴직해 부동산 투자에 성공, 큰 돈을 벌었다. 현재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는 요구불예금 통장에 5억원 정도를 예치하고 있다. 외부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해 주식 투자 등으로 더 큰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말 1년짜리 예금이 끝난 후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MMDA) 통장에 5억원을 예치했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수신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갈아타기 위해서다.

지난해 시중 5대 은행서 잠자는 요구불예금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요구불예금은 작년 한 해에만 40조원 넘게 증가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7조3천672억원으로 전년 말(285조6천257억원)에 견줘 41조7천415억원이 늘었다.

KB국민은행이 11조786억원이 늘어 가장 많이 늘었고, 신한은행(9조4천499억원), 농협은행(8조4천53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요구불예금 성격이 강한 MMDA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 416조5천875억원으로 40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지급을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을 말한다.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녀 통화성예금이라고도 한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건 고객인 가계와 기업 모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년째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는 데다가 정부 규제가 강화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부동산도 작년 4분기부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는 건 은행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수신금리가 연 0.1%에 불과해 원가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일반 예금의 금리가 연 1.5% 수준임을 고려할 때 15분의 1도 안된다. MMDA의 금리도 연 0.5% 수준이어서 일반 예금에 견줘 3분의 1수준이다.

요구불예금을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단기성 자금인 콜론(Call loan) 등에 활용하면 은행들은 적어도 12배 이상의 예대마진을 낼 수 있다.

26일 현재 콜금리는 연 1.22∼1.25%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핵심 저금리성 예금이 전년 말보다 15.1%(6조1천억원) 늘었고, 이는 2012년 외환은행 인수 후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발판이 됐다.

다양한 후속 거래도 할 수 있다. 요구불예금의 상당액은 직장인 급여통장이나 기업 자금거래 통장이기 때문에 예·적금, 카드 등 다양한 파생거래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보다 훨씬 많은 예대마진을 올릴 수 있어서 요구불예금 증가는 은행입장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금융지주는 요구불예금 증가 등으로 예대마진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작년 큰 폭의 실적 향상이 예상된다. 시장에선 업계 1,2위인 신한지주와 KB금융이 지난해 순이익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buff2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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