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 농학도 이장 됐어요" 귀농·대졸 한손에 넣은 60대 부부

입력 2017-01-29 08:31  

"만학 농학도 이장 됐어요" 귀농·대졸 한손에 넣은 60대 부부

4년 만에 방송대 졸업…"농학도 긍지 가지며 사랑 베풀래요"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스터디 팀원들에게 '저 누님은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4년간 지독하게 공부했어요."

다음 달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하는 최해윤(68)·손정애(62·여)씨 부부는 29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부부가 같은 과에 입학하는 일이 굉장히 드물다고 하는데 4년 만에 나란히 졸업장을 따내 자랑스럽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들은 2010년 경기도 안성으로 이주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한 '귀농 새내기'이다.

처남 일을 도우려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가 매일 보는 주변의 논과 밭으로 자연스레 발길이 닿았다.

최씨는 "주변 논과 밭을 보다 보니 자연스레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농사로 이어졌다"며 "동시에 못다 한 학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방송대 농학과에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한 최씨를 내조하다가 수년 전 수도여자방송통신고등학교 입학을 시작으로 다시 학업에 뛰어든 아내 손씨는 이번에 받은 졸업장에 더 감격이 크다.

손씨는 대학생활 첫 3년은 낮에 일하고, 퇴근 후 100평 남짓한 텃밭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나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에 앉아 새벽 1∼2시까지 공부를 했다고 한다.

손씨는 "농사라는 게 50평이든 100평이든 그때그때 돌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어서 시간 내기가 힘들었다"며 "가을 수확물은 거의 12월에서 다음 해 1월까지 미뤘다가 캘 정도로 공부에 힘을 쏟았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눈이 안 보여서 책을 보기도 힘들었지만, 오직 공부만 생각했다. 성남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있는 스터디도 빠지지 않았다. 자식보다 어린 청년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지난 4년을 회상했다.


이렇게 배운 농학은 실제 농촌생활에도 많이 써먹었다.

작년 안성 주변에서는 배추가 모두 썩어 흉작이었는데, 이들 부부 밭만 배추 농사가 잘됐다고 한다.

손씨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모종값이 약간 비싸지만, 병충해에 저항이 있는 배추를 심었더니 병충해가 많이 왔는데도 우리 배추는 다 비껴갔다"고 뿌듯해했다.

농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은 덕인지 손씨는 이달 치러진 마을 이장선거에서 선출되는 영광을 안았다.

손씨는 "여기는 논밭이 많지만, 아파트도 있는 지역이라 그리 텃세가 심하지 않았다"며 "주변 어르신들의 농사 전문용어도 바로 알아듣고 학교에서 배운 작물 영양 등도 가르쳐 드려 '순 맹탕은 아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임 이장이 된 남편 최씨는 "선거가 상당히 치열했는데 선출됐다. 4년 동안 귀농 후유증도 있었고 작년 비로소 1천여평 농토를 확보하기까지 좌절할 뻔할 때마다 부추겨준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 졸업에 귀농 성공까지 한꺼번에 이룬 이들 부부는 이제부터는 주변에 베푸는 삶을 꿈꾼다.

"포기하려는 순간을 딛고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해냈다고 자부하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올해부터는 우리 땅에서 농학도의 긍지를 가지며 후배들과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srch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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