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판결…양국 관계 재검토"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그리스가 작년 7월 터키 군부의 쿠데타 모의 당시 그리스에 넘어와 망명 신청한 터키 군인들에 대한 터키 정부의 송환 요구를 최종 거부했다.
터키 정부는 판결이 나온 직후 이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며 그리스의 결정에 즉각적으로 반발했다.
그리스 대법원은 26일 터키 군인 8명의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에서 이들 모두를 터키로 돌려보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터키 정부는 이들 군인이 쿠데타에 연루됐다고 주장하며 터키로 즉각 송환할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구해왔다.
대법원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고,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변호인과 검찰의 우려를 받아들여 송환 거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을 송환하는 것이 유럽연합(EU) 인권협약 위배 소지가 있는 점도 판결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항소법원은 당초 이들 중 5명은 송환 거부, 나머지 3명은 송환 판정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8명 모두에 대해 송환 거부 결정을 내렸다.
스타브로스 콘토니스 그리스 법무장관은 최근 이번 재판과 관련, "법원의 판결을 존중할 것이며, 행정부의 권한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대법원 판결이 준수될 것으로 관측된다.
터키군 소령 2명과 대위 4명, 부사관 2명 등 총 8명은 지난 7월 15일 터키 군부의 쿠데타 모의가 실패한 이튿날 군용 헬리콥터 '블랙호크'를 몰고 그리스 북부 알렉산드루폴리스로 넘어가 망명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쿠데타 가담을 부인하고 있는 이들은 망명 신청 기각에 불복해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그리스가 이들 8명의 군인에 대한 터키 정부의 송환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양국 관계는 냉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터키는 이들을 "반역자"라고 부르며, 송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국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으름장을 놓아왔다.
터키 외교부는 이날 판결이 나기 몇 시간 전에도 "쿠데타 모의자들이 터키 사법당국에 인도되길 바란다. 우리는 재판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쿠데타를 획책한 자들이 처벌을 받지 않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송환을 압박했다.
터키 정부는 이후 기대와 달리 그리스 대법원에서 송환 불가 판정이 나오자 즉각 이들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하며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출했다.
터키 외교부는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작년 7월 쿠데타 희생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터키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대(對)테러리즘 협력, 다른 지역 문제 등 양국 관계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터키의 식민지였던 그리스는 터키에 대한 국민 감정이 좋지 않고, 에게 해 영유권, 키프로스 통일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나 최근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인 터키와 난민 문제에 있어 긴밀히 협조하는 등 큰 틀에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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