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수업 중 교사의 강력한 제지로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교실에서 '깡통 소변'의 굴욕을 당한 미국의 전 고교생이 거액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6일(현지시간) 일간지 샌디에이고 유니언 트리뷴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수치스러운 '깡통 소변'을 경험한 여학생이 샌디에이고 통합교육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교육청 측에 130만 달러(약 15억1천71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손해배상액 125만 달러와 이 사건에 따른 과거와 현재 학생의 병원 치료비 4만1천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라고 배심원단은 명령했다.
'깡통 소변' 사건은 5년 전 미국 사회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피해 여학생(당시 14세)은 샌디에이고 패트릭 헨리 고교에 재학 중이던 2012년 2월 22일, 미술 교사인 곤자 울프가 진행하던 수업 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 했지만, 허락을 받지 못했다.
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한 울프 교사는 대신 학생에게 깡통을 주고 교실 옆 비품실에서 용변을 본 뒤 깡통을 하수구에 비우라고 했다.
너무 급해서 어쩔 수 없이 울프 교사의 지시대로 한 이 학생은 이내 학생들의 놀림감이 됐다.
여학생의 법률대리인인 브라이언 왓킨스는 이 사건으로 여학생이 두 번이나 학교를 옮겨야 했고 언론의 과도한 취재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교육청에 책임을 따졌다.
현재 19세로 자율형 공립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직장도 구한 이 학생은 지금도 당시의 트라우마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고 왓킨스는 덧붙였다.
교육청은 법정에서 울프 교사가 학생에게 수모를 줄 생각은 없었으며 교칙을 오해한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교사 개인의 판단 착오로 교육청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여교사인 울프는 당시 일과 후에도 계속 학교에서 근무할 때 문이 닫힐 경우를 대비해 일종의 '요강'으로 사용하고자 깡통을 구매해 몇 차례 사용하기도 했다고 그의 변호인이 주장하기도 했으나 배심원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울프 교사는 사건 직후 유급 휴직을 했다가 다시는 학교에 돌아가지 못했다.
패트릭 헨리 고교는 교사들에게 학생들이 화장실에 가는 것을 막아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피해 여학생 가족에게 사과와 함께 지원을 약속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지만 일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해당 여학생은 애초에 치료비와 약값 명목으로 2만5천 달러를 교육청에 청구했으나 교육청이 이를 거절하자 결국 거액 배상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왓킨스 변호사는 "재판에서 요청이 받아들여져 의뢰인이 매우 기뻐한다"면서 "20년간 맡은 사건 가운데 가장 이상한 사례 중 하나로 배심원단이 공정하고 합리적이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교육청 측은 배심원단의 결정이 실망스럽다면서 몇 주일 내로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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