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사단체 '한의사 재활병원 개설권' 반대로 논의 답보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급성기 환자와 만성기 환자의 중간 단계인 회복기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아급성기 병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한의사의 재활병원 개설권을 인정할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아급성기 병원은 수술을 받은 환자의 신체 기능 회복에 초점을 두고 전문적인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뜻한다.
30일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현행 우리나라 재활치료 수가 체계는 회복기 환자는 배제한 채 급성기와 만성기 환자에 각각 적용되는 이중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급성기 환자가 주로 찾는 일반병원의 경우 환자가 입원 후 90일이 지나면 병원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는 의료비가 40% 삭감되는 점이 '재활 난민'을 양산하고 있다.
병원 운영자의 입장에선 새로운 환자를 받아 100% 수가를 받는 게 훨씬 이득이므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환자에게도 요양병원으로 옮기도록 권유하고, 환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병원에서 퇴원한 뒤 요양병원을 전전하는 일이 잦다.
전문가들은 이런 재활 난민 발생을 막기 위해 일반병원과 요양병원의 중간 단계인 아급성기 병원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해 초 대한재활병원협회가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김연희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아급성기 병원에서 집중 재활치료를 하면 환자의 빠른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해지므로 3급 이상 장애인에 대한 불필요한 간호비용을 연간 1조6천230억원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한재활의학회를 중심으로 일부 대형 요양병원들이 아급성기 병원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점이다. 지난 4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재활병원 종별 구분' 법률안에 아급성기 병원 개설권을 한의사에게도 부여하자는 내용이 포함된 점이 빌미가 됐다.
재활의학회는 "한의사는 국제적으로 재활 전문 인력으로 인정받지 않고 있다"며 "인지재활·언어재활·삼킴재활·심폐재활 등 재활치료는 현대 의학 중에서도 매우 전문적인 분야로 한의사가 아급성기 병원 개설에 관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아급성기 병원 도입에 찬성하는 의사단체도 있다. 재활병원협회는 "아급성기 병원이 환자에게 효율적 재활치료를 제공해 가정과 사회에 조기복귀를 돕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한의사 개설권 반대'를 이유로 제도 개선을 막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재활병원협회는 "어떤 시스템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재활의학과 전문의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재활치료 시스템을 갖춘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급성기·아급성기·만성기 형태의 3단계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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