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미국이 올해 필리핀에 군사시설을 구축한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양국이 2014년 맺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작년 6월 말 출범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정부가 중국과의 군사적 대립에 반대하고 있어 미국이 군사시설을 만들어도 애초 의도대로 중국 견제기지로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전날 EDCA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미국이 올해 필리핀에 군사시설을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DCA는 미국에 10년간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베니그노 아키노 전 필리핀 정부는 이 협정에 따라 미국에 5개 군사기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이후 친중, 반미 성향을 드러내며 EDCA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가 "미국과의 군사동맹이 유일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미국은 필리핀이 제공을 약속한 군사기지 가운데 마닐라 북부의 바사 공군기지, 팔라완 섬의 안토니오 바우티스타 공군기지 등 3곳에 우선 미군 순환 주둔을 위한 병영을 설치하고 활주로 보수 공사도 할 계획이다.
그동안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 건설과 군사기지화 등 중국의 영유권 강화 행보에 맞서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필리핀과 군사 연대를 강화해왔다.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 점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로서도 동남아 군사거점으로 필리핀의 중요성이 여전한 셈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태도가 가장 큰 변수다. 그는 미군과 필리핀군의 남중국해 합동순찰을 중단한 데 이어 연합 군사훈련도 축소하며 중국과 경제·방위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로렌자나 장관은 두테르테 정부 아래에서 미국과의 군사협력은 인도적 지원과 테러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필리핀 내 미군 시설 기능을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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