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맞은 119종합상황실'…야전사령부 방불

입력 2017-01-27 11:36  

'설 연휴 맞은 119종합상황실'…야전사령부 방불

"쉼 없이 걸려 오는 전화에 '명절 시작됐구나' 느껴"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환자 상태가 어떤지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설 연휴 첫날인 27일 오전 9시께 부산소방안전본부 119 종합상황실.


소방관으로 임용된 지 22년째인 김오준(48) 소방위가 '보안구역'이라는 경고문이 적힌 육중한 출입문을 열어줬다. 사전에 허가를 받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김 소방위와 같은 소방관 30여 명이 헤드셋을 끼거나 수화기를 들고 쉼 없이 걸려 오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저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각기 다른 상황에 대응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현장에 설치된 야전사령부를 연상케 했다.

전날 오전 9시에 출근한 박미선(37·여) 소방교는 번갈아가며 잠시 눈을 붙일 때를 제외하고는 24시간째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설 연휴를 맞아 특별 경계근무에 들어갔기 때문에 정오가 돼서야 일이 끝난다.


연휴 전날인 26일 오전 9시부터 24시간 부산 119 종합상황실에 걸려 온 전화는 평소보다 30%가량 많은 2천200여 건이었다.

박 소방교가 응대한 전화만 100통이 넘는다.

그는 "어제 오후 4∼5시부터 물 마실 시간도 없이 전화가 걸려와 '이제 명절이 시작됐구나'하고 느꼈다"면서 "전화를 끊기가 바쁘게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주변에 진료 가능한 병·의원이 어딘지 묻는 전화부터 응급환자 구조요청까지 다양한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다.

119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환자 보호자가 응급처치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접수되면 전문 자격증이 있는 소방관 5명이 전화로 대처 요령을 알려준다.

이런 일을 하는 우선유(34·여) 소방교도 전날 오전 9시부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동료 4명과 함께 24시간 동안 442건의 응급상황을 처리했다.


26일 오후 4시 57분께 걸려 온 전화는 유 소방교를 가장 긴장시켰다.

집에서 산소호흡기를 끼고 생활하는 생후 38개월 된 아이의 심장박동이 멈췄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엄마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119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잔뜩 흥분한 엄마를 진정시키며 심폐소생술 요령을 가르치느라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5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을 접할 때는 여전히 가슴이 떨린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심정지 환자가 9명이나 됐다.

설 연휴를 앞두고 추운 날씨에 목욕탕에 갔다가 갑자기 쓰러진 노인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119 종합상황실에서 설날을 맞이하게 된 김오준 소방위는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가 본격 시작돼 전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설 연휴에 부산소방안전본부가 접수한 문의·신고 전화는 모두 2만1천144건으로 하루 평균 4천62건이었다.

평일 하루 평균 신고 건수(1천716건)보다 2.4배 많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26일부터 특별 경계근무에 들어가 전화 접수 인력을 33명에서 64명으로 늘렸다.

소방관만으로는 밀려오는 전화를 감당할 수 없어 매일 대학생 10명을 병·의원과 약국을 안내하는 데 투입한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또 설 연휴 기간에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 7천42명과 구급차 등 차량 454대를 동원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youngky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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