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광장 향방은…'촛불'에 기름 붓고 '태극기'는 결집효과?

입력 2017-01-29 09:25  

설 이후 광장 향방은…'촛불'에 기름 붓고 '태극기'는 결집효과?

박 대통령 인터뷰 이후 촛불집회 확대 가능성

'태극기 집회' 직접 언급…세 결집 효과 예상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13주간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외친 촛불 민심이 설 연휴 첫 휴식을 취했다. 특별검사팀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설 이후 촛불의 향방이 주목된다.

연휴 직전 박 대통령의 인터넷 방송 인터뷰가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간 촛불집회양상을 보면, 박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 등 특정한 '액션'을 취할 때마다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5일 2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날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사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는 말과 함께 국민에게 사과했다.

촛불 민심은 대통령 담화에서 전혀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 2차 집회에는 1차 집회 참가자(2만명, 이하 주최 측 추산)의 10배인 20만명이 광장으로 몰려나왔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이던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100만명)라던 3차 집회 이후에는 한 차례 숨고르기가 예상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 측이 검찰의 대면조사 시한(11월18일)까지 조사에 응하지 않자 다음날 4차 집회에도 전국에서 95만명이 모였다.

11월2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3차 담화를 발표했다. '자신의 진퇴를 국회에 미루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여론이 다시 폭발했다. 이어진 6차 촛불집회(12월3일)에 232만명이 모였고, 6일 후 탄핵안이 가결됐다.

이후 특검 수사와 헌재 심리가 본격화하자 촛불집회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매 주말 집회가 변함없이 열렸고, 일정한 규모는 유지했으나 새해 들어 한파까지 닥치면서 참가자 수는 전보다 줄었다.

이런 가운데 불쑥 튀어나온 박 대통령 인터뷰는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을 차분히 지켜보던 촛불 민심에 다시금 기름을 끼얹었다고 볼 요소가 충분하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매체를 일방적으로 고른 형식상 논란과 더불어, 그간 특검 수사나 탄핵심판의 쟁점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자신을 '조작극 피해자'로 규정하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많다.

박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그동안 죽 진행 과정을 추적해 보면 뭔가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런 느낌'을 갖게 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종전 3차례 담화의 '대국민 사과' 스탠스를 완전히 지운 점, 최근 촛불집회를 2008년 광우병 집회와 비교해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한 점이 있다"고 논평한 점 등은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을 향한 '선전포고'로도 읽힌다.

영어의 몸이 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특검 강압수사' 주장,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전원 사퇴' 시사 발언에 이어 이같은 인터뷰까지 등장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 측의 '조직적 항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78.9%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한동안 광장에 나오지 않은 탄핵 찬성론자들이 최근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집회 참가 의지를 재차 북돋울 가능성이 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보수단체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는 박 대통령 인터뷰가 고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친박단체 집회를 두고 "촛불시위의 두 배도 넘는 정도로 열성을 갖고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해야 된다', '법치를 지켜야 된다'는 것 때문에 고생도 무릅쓰고 나온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의 수호자'로 규정한 것은 현 상황이 조작된 언론보도와 선동, 특검의 정치적 수사가 낳은 결과물이며, 그 배후에 종북세력이 있다는 친박단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이렇듯 박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자신을 여전히 지지하는 이들의 온정적 심리를 자극해 최대한 세를 결집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자신을 비판해 온 촛불 민심에는 사실상 등을 돌렸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설 연휴 기간 체력을 비축하며 '밥상머리 여론전'에 주력했을 촛불과 태극기 민심은 2월4일 광장에서 다시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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