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동양 고전에는 사람 사는 게 다 녹아 있습니다. 특히 삼국지는 삶의 총체적 축소판이죠.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삼국지만 한 책은 없어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설 연휴에 읽을 만한 책으로 삼국지를 권했다.
길지 않은 연휴, 방대한 분량의 삼국지를 일독하기엔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유 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삼국지는 손에 잡히는 대로 어느 쪽을 읽든 이야기가 통합니다. 막힘이 없죠. 답답할 때, 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삼국지를 읽는 까닭입니다."
유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 신동우 화백의 '만화 삼국지'와 '어린이 삼국지'를 처음 접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월탄 박종화 선생이 번역한 완역본 '삼국지'를 20번 이상 열독했다. 심지어 시험 기간에도 교과서 대신 삼국지를 닥치는 대로 읽었다.
이후 이문열, 장정일 등 새로운 번역판이 나올 때마다 이를 읽으며 새로운 해석을 즐겼다는 유 사장은 사마천의 '사기'와 함께 자신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책으로 꼽았다.
삼국지는 중국의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승돼온 이야기들을 14세기에 나관중(羅貫中)이 편찬한 장편 역사소설이다. 사실 삼국지는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수많은 번역본을 낳으며 폭넓게 읽혀온 고전 중의 고전이다.
삼국지에는 정치, 경영, 처세, 역사, 병법, 참모학, 용인술, 리더십, 외교, 정보, 사랑과 증오, 흥망성쇠, 전략, 고뇌, 영웅 등 인간사의 모든 것이 녹았다.
유 사장은 "삼국지는 세상의 이치를 일깨워주는 최고의 고전이면서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지혜와 안목을 키워주는 실용서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고 강조한다.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가 되고서는 삼국지가 또 다른 차원의 실용서로 다가왔다고 그는 고백한다.
2천 년 전 중원의 패권을 두고 겨뤘던 세 나라의 역사서가 현대에 와서 경영 지침서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얘기였다.
특히 정성으로 천하의 인재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삼고초려'를 필두로 조조, 유비, 손권 세 사람이 보여주는 인재 용인술과 리더십은 가히 감동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평소 '인재경영'을 강조하는 유 사장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이 이익을 창출하는 증권업계에서 역량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보유하는 데 필요한 많은 지혜를 삼국지 속 상황에서 배웠다"고 말한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초대형 투자은행(IB) 경쟁 속에서 승리하려면 무엇보다 인재가 중요하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어려서는 유비가 좋고, 성장하면 조조가 좋아지고, 나이가 더 들면 다시 유비가 좋아진다'는 말도 있지만 유 사장은 삼국지의 다양한 인물 중에서도 신의를 중시하고 지략에 뛰어났던 관우를 좋아한다.
관우가 가진 묵직함이 좋다는 그는 "10대는 물론 20대와 30대를 거쳐 지금도 틈날 때마다 꺼내 보지만 삼국지는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며 "읽고, 즐기고, 가르침을 얻기엔 삼국지만 한 게 없다"라고 했다.
goriou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