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호주오픈 결승서 페더러-나달 '클래식 매치'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이것은 호주오픈뿐 아니라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서 최고의 역사적인 경기다."
최근 테니스 명예의 전당 가입이 확정된 앤디 로딕(미국)의 평가다.
로딕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고 있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9위·스페인)과 로저 페더러(17위·스위스)의 맞대결이 성사되자 이런 의견을 내놨다.
남자 테니스 사상 최고의 라이벌로 평가받는 두 선수가 다시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격돌하게 된 것은 역사적인 가치까지 있다는 것이다.
2004년 처음 맞대결을 벌인 둘은 2000년대 내내 세계 랭킹 1, 2위 경쟁을 벌였고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단골로 맞붙은 사이다.
나이로 따지면 페더러가 올해 36세, 나달은 31세로 5살 차이가 난다.
페더러가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조금씩 무뎌졌고, 나달은 체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 스타일의 특성상 최근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나달보다 한 살 어린 앤디 머리(1위·영국),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가 세계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면서 세계 남자 테니스계는 이들 '빅4'의 시대로 재편됐다.
특히 최근에는 조코비치와 머리가 투어를 사실상 평정하면서 페더러와 나달이 조금씩 뒤처지는 모양새가 뚜렷했다.
페더러는 2012년 윔블던, 나달은 2014년 프랑스오픈 이후로 메이저 우승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올해 호주오픈 4강에서 페더러는 스탄 바브링카(4위·스위스), 나달은 그리고르 디미트로프(15위·불가리아)를 나란히 3-2로 제압하면서 결승 맞대결이 성사됐다.
나달은 27일 무려 5시간 가까이 이어진 준결승을 승리로 마무리한 뒤 "나도 그렇지만 아마 페더러 역시 우리가 다시 호주오픈 결승에서 만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이후 8년 만에 호주오픈 왕좌 탈환에 나서는 나달은 "그래서 더욱 행복하고, 팬 여러분도 행복해 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나달은 지난해 고질적인 손목 부상 등에 시달리며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8강 이상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페더러와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8차례 만나 6승을 거둔 나달은 "우리 둘 다 아직 이런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며 "나나 페더러에게 모두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달과 페더러의 상대 전적은 23승 11패로 나달이 우위를 보인다.
최근 대결인 2015년 10월 스위스 바젤 인도어 대회 결승에서는 페더러가 2-1(6-3 5-7 6-3)로 이겼다.
그러나 최근 메이저 대회 결승전 맞대결인 2011년 프랑스오픈에서는 나달이 3-1로 이겼고 호주오픈에서 만난 세 차례 대결 역시 나달이 모두 승리를 가져갔다.
둘의 메이저 대회 결승전 최고 명승부로는 2008년 윔블던이 꼽힌다.
당시 경기에서는 나달이 3-2(6-4 6-4 6<5>-7 6<8>-7 9-7)로 이겨 생애 첫 윔블던 타이틀을 따냈다.
실제 경기 진행 시간만 4시간 48분이었고 중간에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시간까지 더하면 무려 6시간 41분이 소요됐다. 현지시간 오후 2시 35분에 시작한 경기가 밤 9시 16분에야 끝났다.
2009년 호주오픈 결승에서 나달에게 2-3(5-7 6-3 6<3>-7 6-3 2-6)으로 패한 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렸던 페더러의 모습도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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