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비너스도 "동생이 이긴 게 제가 이긴 거죠"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언니가 없었더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겠죠."
치열한 자매의 결승전에 이어 나온 동생의 우승 소감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세계 여자테니스계에서 강호로 군림하는 '윌리엄스 자매'는 그동안 숱하게 코트에서 맞대결을 벌여왔다.
지난해까지 투어 대회에서만 27차례 만나 16승 11패로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가 언니 비너스에게 우위를 보였다.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의 지도로 세 살 때부터 테니스를 함께 해왔기 때문에 둘은 '인생의 동반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28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결승전 맞대결은 여느 때와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언니 비너스는 1980년생으로 올해 37세, 동생 세리나도 36세로 테니스 선수로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서 다시는 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 '윌리엄스 맞대결'이었던 것이다.
특히 언니 비너스는 2008년 윔블던 이후 9년간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었고 동생 세리나는 이날 이겨야 세계 1위를 탈환하고,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23회)을 세울 수 있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외나무다리' 대결이었다.
결국 자매의 경기는 1시간 21분 만에 비교적 싱겁게 동생 세리나의 승리로 끝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동생이 우위일 것이라는 예상대로 나온 결과였기 때문이다.
동생의 우승이 확정된 이후 서로 부둥켜안고 우승을 축하하고 패배를 위로한 이들 자매는 코트 위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세리나는 마이크를 잡고 멜버른 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 가득 들어찬 관중 앞에서 "비너스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언니가 없었더라면 23회 우승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9년 만에 메이저 우승이라는 '언니의 꿈'을 발판으로 이룬 23회 우승 기록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한 셈이다.
세리나는 이어 "언니가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언니가 있어서 '윌리엄스 자매'가 있는 것이고,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공을 돌렸다.
언니 비너스도 "23번째 메이저 우승을 축하한다"며 "그 가운데는 내가 너에게 져서 더해진 우승 횟수도 있다"고 농담했다.
세리나의 23회 우승 가운데 7번이 언니를 꺾고 정상에 오른 횟수다.
비너스는 "너도 알다시피 네가 이긴 것이 늘 내가 이긴 것"이라며 "네가 항상 자랑스럽다"고 동생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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