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메르켈 '눈치 보며 뒤늦게 대응' 지적 나와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유럽의 삼각 축인 영국, 프랑스, 독일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력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 견해를 밝히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영국을 최우선 파트너로 고려하면서 미국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태도 차이를 보여온 이들 3국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다만,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미국의 눈치를 살피거나 상황을 관망하다가 뒤늦게 비판적인 입장을 공표하고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에서 발언권이 가장 센 지도자인 메르켈 총리는 29일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을 통해 "테러에 맞서 아무리 단호하게 싸운다고 할지라도 어느 특정한 출신 지역과 신념을 가진 이들 모두에게 혐의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내놓은 공동입장 발표문에선 이러한 견해를 공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두고 큰 논란이 이는 가운데 대변인이 대신 생각을 전하는 형식을 취해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독일 정부는 자국의 이중국적자가 이번 행정명령에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 검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영국 총리실도 대변인을 통해 메이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이 영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그 정책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미국의 이민 정책은 미국 정부의 문제다. 마찬가지로 우리 이민 정책도 우리 정부에 의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실의 이 반응 역시 메이 총리가 트럼프의 반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을 거부한 이후 나온 것이다.
메이 총리는 터키에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질문을 세 차례나 받았으나 "미국의 정책은 미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 외에는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메이 총리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자, 영국 의회에선 이슬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를 성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트럼프의 '신(新) 고립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우리 민주주의의 기본인 난민 수용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은 통화 결과를 전하는 성명에서 올랑드 대통령이 "불안정하고 불안한 세계에서 고립주의는 막다른 대응"이라며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초래할 정치·경제적 결과를 경고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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