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0일 미국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엔저(円底)' 유도 정책에 대해 압박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지지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자간 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미일간 양자간 통상협정 협상을 개시할 것을 제안할 공산이 크다.
일본이 교섭에 응하면 미국측은 대일 무역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엔저-달러고(高)'를 억제하는 방안을 의제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동차 기업 등을 타깃으로 불공평 무역을 비판하는 한편으로 자국 업체의 수출에 불리한 '달러고' 상황을 비판해왔다. 지난 26일에는 양국간 통상협정교섭에 대해 "상대국이 (자국의) 통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해 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TPP 협상 당시 양국간 환율의 변동을 제한하는 '환율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향후 미일 2개국간 통상협정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TPP 협상 당시에는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측이 환율조항을 도입할 것을 주장했는데, 일본과 싱가포르가 "환율조항이 (자국의) 금융정책을 속박할 것"이라고 반대해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대신 협정 참가국이 정기적으로 환율과 재정정책에 대해 협의하는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미일 양자간 통상협정에서의 환율조항 도입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는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개국간의 통상협정 교섭에 대해 "TPP 교섭과 같은 수준으로 주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은 아베노믹스의 핵심 중 하나다. 아베노믹스는 저금리와 낮은 소비세, 엔저 등을 통해 소비촉진과 수출확대를 유도하는 선순환을 통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율이 기대만큼 엔저로 가고 있지 않다고 해도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경기회복이 기대만 못 한 가운데 힘겹게 아베노믹스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저 정책을 포기할 수 없는 처지다.
일본 정부는 대신 2011년 가을 이후에는 환율개입을 피해왔다는 점을 트럼프 정부에 설명해 이해를 구할 방침이지만 미국측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정권이 갑자기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정책을 '엔저 유도'라고 비판해 동요하게 되는 사태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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