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 최대 인구 주(州)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무명도시 뷔르젤렌의 시장 출신 변방 정치인.
1994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유럽 중앙정치 무대를 휘젓고 다니다 마침내 의장에까지 오른 유럽정치의 아이콘.
학교에서 내준 숙제도 않고 낙제까지 하고서 중등교육을 포기한 뒤 대학도 안 간 반(反) 엘리트의 악동 이미지.
독학으로 언어를 익혀 독어 외에 불어, 영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까지 제법 하게 됐다는 스마트한 감각.
축구에 미쳐 프로선수가 되려 했으나 무릎 부상으로 포기하고서 알코올중독자로 지내다 서적상으로 변모하고 1980년부턴 아예 절주하고 6년 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최연소 시장이 된 반전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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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소재가 차고 넘치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마르틴 슐츠(61)가 9월 총선 때 총리후보로 나서는 것으로 29일(현지시간) 공식 결정됐다.
사민당은 3월19일 전당대회를 열어 외교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긴 지그마어 가브리엘 당수 후임으로 슐츠를 뽑고 그의 총리후보 출격 채비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당수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맞설 슐츠는 지난 25일 사민당 의원총회에서 "서있으나, 앉아있으나, 누워있으나, 육해공 어디에 있으나 차기 총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한 바 있다.
최근 발매된 유력 주간지 슈피겔은 그런 강력한 권력의지를 보인 슐츠를 표지 모델로 삼고 "성(聖) 마르틴"이라고 제목을 달고는 "총리후보 슐츠의 권력갈증"이라고 썼다.
슈피겔에 보다 직설적으로 "나는 총리가 되고 싶다"고 선언한 슐츠의 등장은 일단 정체된 독일 중앙 정치판에 역동성을 부여하면서, 안전하게만 보이던 메르켈의 총리직 4연임 성공 시나리오를 흔드는 효과를 내고 있다.
전문기관 '인프라테스트디맙'이 27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의 기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직전보다 2%포인트 떨어진 35% 지지를 받은 반면 슐츠의 사민당은 3%포인트 올라간 23% 지지를 얻었다.
또다른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기민-기사당 연합은 직전과 같은 36%를 유지했으나 사민당은 21%에서 24%로 3%포인트 뛰었다.
다른 다수 전문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가 추가로 공개돼야 분명한 트렌드를 알 수 있겠으나, 슐츠의 등장이 사민당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슐츠는 자신의 총리후보 지명에 관한 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고 나서 작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벌어진 이전투구를 피하기 위해 모든 정당이 공정선거 협약을 맺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반 유로·반 이슬람을 표방하는 '독일을 위한 대안' 같은 정당의 득세 기반인 반 이민 포퓰리즘에 맞서겠다고 밝히는 등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키우고 나섰다.
사민당은 앞서 게르하르트 슈뢰더가 총리로 치른 2005년 총선에서 기민-기사 연합에 1%포인트 뒤진 34.2% 정당득표에 그쳐 메르켈에게 총리직을 내준 이래 2009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에 이어 2013년 페어 슈타인브뤼크 총리후보가 각각 메르켈에 맞섰으나 각각 10.8%포인트, 15.8%포인트의 대차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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