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모두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듯하다. 정치권이 전하는 설 민심을 들어보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번 설 만큼 많았던 때도 없지 않을까 싶다. 여야는 똑같이 '최악의 민심'을 전하면서도 제각각 아전인수식 해석과 해법을 내놓았다.
범여권 의원들은 새누리당이든, 바른정당이든 소속을 가리지 않고 마음 둘 곳을 잃은 보수층의 싸늘한 민심을 체감하고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보수 지지층에서 정권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보수층 전열 재정비를 통한 역전의 기대감도 일부 감지됐다고 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누리당은 그동안 국민에게 끼친 모든 염려와 잘못에 대해 뼛속 깊이 반성한다"면서 "안보 위기를 극복해 내고 민생 현안을 최우선으로 챙겨 국민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겠다"고 했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도 논평에서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에 따른 반칙과 편법, 불법이 난무하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다"며 "이러한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혼란을 수습하고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민생을 걱정하면서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설 민심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권이 정권교체는 떼놓은 당상인 듯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질책도 들었다고 한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설, 국민의 마음은 민생과 탄핵, 정권교체 이 세 가지로 모아졌다"라면서 "국민의 열망을 받들어 낡은 기득권의 벽을 허물고 민생경제의 활력을 만들어가겠다. 그 길이 바로 정권교체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견, 특히 민생이 어려운 만큼 국민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권교체를 이뤄달라는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지금 국민은 팍팍한 삶에 힘들어 하면서도 미래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정치권 전체의 각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정국 장기화로 진영 대결이 첨예해짐에 따라 국민의 피로감과 정치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탄핵정국을 빌미로 극단적 진영 논리를 부추겨 반사이익만 챙기려는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엄중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설 민심을 제대로 살펴 서민의 먹고사는 문제부터 챙겨야 한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에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20대 실직자가 막걸리 한 병을 훔치다 붙잡힌 일이 있었다. 이틀간 수돗물로 허기를 달래다 "너무 배가 고파서 막걸리를 훔쳤다"는 이 젊은이의 말에 할 말을 잊은 사람들이 많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온정이 답지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여야는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민생 현안부터 챙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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