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 채팅 제안 '절도형 보이스피싱' 가담…법원, 남녀에 실형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자, 내가 말해주는 집에 들어가서 거기 있는 돈을 갖고 나와. 그걸 다른 사람에게 가져다주면 전체 금액의 일부를 줄게. 어때?"
중국 국적의 주모(24)씨는 지난해 9월 한국에서 일거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 구인광고 사이트를 살펴보다 '그'를 알게 됐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제안은 솔깃했다.
며칠 뒤 주씨는 모바일 메신저 채팅을 통해 그가 시키는 대로 서울 구로구의 한 가정집에 찾아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서 냉장고와 이불 속에 있던 현금 8천만원을 들고 나왔다.
누구의 집인지,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돈은 왜 거기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지시대로 하니 거칠 게 없었다.
주씨는 다시 그가 내린 지시에 따라 가져온 돈을 두 차례에 걸쳐 서모(32·여)씨에게 건넸다. 1천만원을 떼고 7천만원을 넘겼다.
당시 주씨는 몰랐지만 서씨 역시 중국인인 데다 채팅을 통해 은밀한 지시를 받고 있었다.
서씨는 7천만원에서 100만원을 뗀 6천900만원을 평소 알던 환전업자 김모(39·여)씨에게 전달했고, 김씨는 중국에 사는 사촌 동생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중국에 송금했다.
주씨 등 3명을 거쳐 중국으로 넘어간 이 돈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금이었다. 피해자를 속여 집 안에 거액을 보관하도록 하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이를 훔쳐 나오게 하는 '절도형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였다.
피해자의 신고로 주씨와 서씨, 김씨는 경찰에 붙잡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주씨에게 징역 3년을, 서씨에게 징역 1년4월을,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메신저 친구'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갔다가 철창신세를 지고 전과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범행을 기획·주도한 '그'는 아직 붙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는 한 경찰관은 "메신저 '친구 초대' 기능을 활용해 금전적 이익을 약속하며 모르는 사람에게 범행을 시키지만, 이들이 발각되더라도 대화방을 나가 추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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