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협상대표 주장…"EU 분열시키려는 극우세력에 동조"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슬람 급진주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유럽연합(EU)의 3대 위협'으로 지목했다고 AP통신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의회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위원인 베르호프스타트 전 총리는 이날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에서 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EU를 약화하려는 유럽 극우세력에 동조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독일 신문 빌트 등과 인터뷰에서 유럽 내 EU 추가 이탈을 예견하는 등 EU의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EU 정상들의 공분을 산 이력이 있다.
베르호프스타트 전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 프랑스에 인사를 보내 브렉시트와 유사한 국민투표가 시행되도록 밑 작업을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격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이 이런 작업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그는 "오늘날 미국 내 EU의 '친구'는 그 어느 때보다 적다"고 말했다.
베르호프스타트 전 총리는 또 트럼프가 유럽의 극우정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극우정당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국수주의는 19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개념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국수주의가 어떤 참사와 잔혹상을 가져왔는지를 잊은 것 같다. 문제는 민족 정체성 그 자체가 아니라 민족 정체성이 인종에 기반할 때 일어난다"며 "유럽에서 문제가 촉발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수주의로 유럽에서 2천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따라서 유럽의 미래 조직을 국수주의자들의 사고에 맡겨 놓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며 이를 "불장난"에 비유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최근 들어 유럽 전역에서 나타나는 극우정당의 부상에 상당한 경계심을 품고 있다.
특히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나온 뒤 경계수위가 높아졌다.
유럽 극우세력 지도자들은 행정명령이 나온 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강공을 본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높였다.
푸틴 대통령은 유럽 극우정당에 대한 자금 지원과 사이버 공격으로 EU에 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3대 위협 중 하나로 분류됐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벨기에 총리를 지낸 베르호프스타트는 지난해 9월 유럽의회를 대표해서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에 나설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자 이를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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