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손상 정도·내용물 오염 여부로 판단"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안전에 관한 관심이 큰 가운데 껍데기가 손상된 계란을 판 행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확인돼 관심을 끈다.
껍데기가 깨진 계란을 팔면 불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손상 정도에 따라 다르며, 법원은 노른자 등 내용물이 오염되지 않거나 누출되지 않으면 팔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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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의정부지법에 따르면 계란 수집판매상인 신모(56)씨는 2015년 4∼11월 '유황특란' '친환경란' 등으로 허위 표시한 계란을 팔아 46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축산물 위생관리법 위반)로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는 2013년 8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3개 양계농장에서 깨진 계란을 사들인 뒤 식당 등에 총 683차례에 걸쳐 4천908판(30알 기준)을 팔아 1천39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았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신씨가 허위 표시한 계란을 공급한 양계농장주 주모(61)씨와 깨진 계란을 판 김모(73)씨 등 양계농장주 3명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다.
의정부지법 형사8단독 박진환 판사는 지난해 11월 허위 표시에 대해 신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주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깨진 계란을 판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33조 1항 4호 '불결하거나 다른 물질이 혼입 또는 첨가됐거나 그 밖의 사유로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등 판매 금지 조항을 들어 김씨 등의 유죄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씨 등은 계란이 깨졌으나 난각(卵殼)만 손상됐을 뿐 난막(卵膜)은 파손되지 않아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난각은 동물의 알 맨 바깥층의 단단한 막을, 난막은 동물의 알을 싸고 있는 난각의 바로 아래 붙어있는 얇은 막을 말한다.
실제 신씨가 판 깨진 계란은 난막은 손상되지 않았다.
축산물 판매업의 영업자 준수사항은 '난각이 손상돼 내용물이 누출되거나 난막이 손상된 알은 팔거나 팔 목적으로 보관·운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난막이 손상되지 않은 알의 판매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재판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난막이 손상되지 않은 경우 내용물이 추출되지 않는 상태일 것이므로 준수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난막이 바이러스나 세균 침해 방지기능을 하는 점 등도 주목했다.
이 같은 점을 토대로 재판부는 "난막이 손상되지 않은 계란을 판 행위에 대해 축산물 위생관리법 제33조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만 축산물 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식용 계란의 표면은 분변·혈액·알 내용물·깃털 등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이물질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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