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브렉시트 선택한 영국에 재앙"

입력 2017-01-31 11:26  

"트럼프는 브렉시트 선택한 영국에 재앙"

세계관 달라진 동맹 놓고 곤혹스런 英 메이 정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돌출적인 행동으로 핵심 동맹인 영국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하자 '위대한 선택'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리고 만약 영국이 낡아빠진 EU를 벗어나면 미국과 함께 '앵글로스피어(영어권)'호(號)에 동승할 수 있다고 부추겼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과의 밀월에 대한 꿈은 이내 영국에 허상임이 드러났다.

양국이 기존의 특수관계를 유지하기에는 새로운 정부 간에 너무나 큰 '세계관의 벽'이 존재함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가이디언 래크먼의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에 재앙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지난 40년간 EU와 미국이라는 양대 외교 축을 기반으로 해왔다. EU의 회원이자 한편으로 미국과는 '특수한 관계'를 배경으로 정치, 경제적, 국제적 입지를 다져왔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주 미국 방문 시 트럼프로부터 EU 탈퇴 즉시 영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다짐을 받는 등 기존의 우호 관계가 여전한듯한 인상을 보였으나 귀국 직후 주요 무슬림국 주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난민 문제를 비롯해 영국과 트럼프의 미국이 얼마나 세계관에서 차이를 보이는지를 깨닫고 있다. 브렉시트를 선택하면서 미국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영국에 트럼프의 미국은 더는 영국에 지원자나 구원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유무역의 주도자임을 천명하고 있으나 트럼프는 지난 193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한 보호주의자이다.

트럼프가 '反무슬림 행정명령'에 이어 무리한 보호관세를 실행에 옮겨질 경우 세계관에 대한 양국 간 괴리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또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다 해도 영국에는 국민보건서비스(NHS)와 농업 분야에서 양보가 쟁점으로 남아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문제에서도 메이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지지하는 영국의 입장은 확고한 편이나 트럼프는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나토의 역할을 격하하는 한편 유엔에 대해서는 갹출금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EU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조만간 와해할 것이라는 비하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나 메이 총리 정부의 입장은 강력한 EU와의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영국은 또 전임 오바마 행정부 및 다른 EU 회원국들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주도해왔으나 트럼프는 반대로 제재 해제를 시사하고 있다.

주요 사안에서 너무나 다른 세계관을 가진 동맹을 놓고 영국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에 보조를 맞추다가는 EU로부터 배척될 수밖에 없다.

만약 영국이 브렉시트 대신 EU 잔류를 결정했다면 선택은 훨씬 쉬웠을 수 있다. 친러시아 미 행정부가 들어섰다면 영국은 다른 EU 동맹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러시아에 맞설 수 있다. 다른 회원국들을 추가로 방위협력에 끌어들일 수도 있다.

트럼프의 보호주의에 맞서 방대한 EU 시장을 배경으로 자유무역의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선택하면서 현실은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 '미친 사람'이라고 혹평했던 미국 대통령의 팔 안에 놓여진 셈이다.

래크먼은 '워싱턴을 장악한 네로 황제가 불을 지르면 영국은 박수를 치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비유하고 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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