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유출…무역전쟁 땐 트럼프 밀어준 美중서·남동부 타격
중국에 지위 뺏길 우려도…"亞·남미 동맹국들 등 돌릴 채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 고립주의 정책을 강행하면서 미국 기업에 오히려 타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는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고율 관세 등 고립주의 정책으로 미국 기업이 곤경에 처하게 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 보도했다.
우선 IT 기업에 몰려있던 인재 유출현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박사급 학생, 의사, 연구원, 사업체 임원 등이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례로 구글의 경우에는 직원 가운데 최소 100명이 이번 행정명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또 어느 국가든 선택해 갈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이 미국 대신 다른 나라를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캐나다는 "종교와 관계없이 여러분을 환영한다"며 문을 열어젖힌 상태다.
애플과 이베이, 오라클 등은 이번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입국이 금지된 국가의 이민자 또는 그 자손이 창립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할 싹마저 잘라버린 셈이다.
미국의 대형 브랜드와 관광산업도 타격을 입는다.
애플의 경우 전 세계에 200여개 부품업체에서 공급을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에서의 제품 및 인력 유입을 가로막는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관광업 규모는 연간 1조5천억 달러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한다.
주말 사이 입국금지 행정명령으로 미국 공항에서 벌어진 소동으로 많은 외국인이 다른 행선지를 택하게 될 수 있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관세 정책에 상대국이 반발하면서 교역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생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했지만, 정작 미국의 입장에서도 멕시코와의 교역에 기대고 있는 일자리가 600만 개에 달한다.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에 따르면 무역전쟁에 따른 타격은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를 지지했던 지역보다는 트럼프 지지 기반이었던 미국 중서부·남동부 도시에 집중될 전망이다.
아울러 불확실성 고조로 미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번 난민 입국금지 행정명령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곳곳에서 혼선을 야기했다.
행정명령의 여파로 시장의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30일 17% 뛰어올랐다.
끝으로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대신해 세계의 맹주 역할을 하게 될 위험도 있다.
이미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이 같은 의지를 피력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럽은 물론 아시아, 남미의 동맹국들이 속속 등을 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인사이트의 피터 앳워터 사장은 "미국 기업과 미국 대통령이 지금 상충하고 있다"며 "'트럼프 장벽' 속에서 성공적인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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