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민의 구국십자군 활동, 정치·종교 부적절한 공생"

입력 2017-01-31 14:49  

"최태민의 구국십자군 활동, 정치·종교 부적절한 공생"

탁지일 교수, 기독교사상에 '최태민과 한국 기독교' 기고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최태민은 '목사'의 모습으로 활동한 '사이비'였다. (중략) 문제는, 다수의 '진짜 목사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가짜 목사' 최태민을 이용했고, 최태민 자신도 신분세탁과 정치적 활동을 위해 이 '진짜 목사들'을 적절하게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월간 기독교사상 2월호에 게재한 '최태민과 한국 기독교'라는 글에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뿌리로 지목되는 최태민씨의 행적과 관련해 개신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탁 교수는 이 글에서 최씨가 무속인에서 핵심 권력층을 배경에 둔 '가짜 목사'로 변신한 뒤 대한구국선교단과 대한구국십자군 활동을 펼친 점에 주목하며 정치와 종교의 부적절한 공생관계였다고 비판했다.

탁 교수는 "그의 어설픈 '가짜 목사' 행세는, 권력에 기생해 영화를 누리려고 최태민 곁에 모여들던 많은 '진짜 목사들' 덕분에 가능했다"며 "이것이 한국 기독교가 최근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해 자유롭기 어려운 이유"라고 꼬집었다. 실제 구국십자군 창설에는 다수의 대형 교회 목사들이 참여했다.

탁 교수는 "한국 현대사는 사이비 종교와 정통성이 부재한 정치권력이 서로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해온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성교회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영향력과 교권에 집착한 일부 목회자들이 최씨의 등장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탁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목전에 두고 터진 최태민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한국교회가 겸허한 심정으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행위를 돌아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기독교는 스스로 파문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기에 앞서, 이번 파문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 중 한국 교계 지도자들이 다수 존재했다는 사실을 하나님과 역사와 민족 앞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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