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31일 2017 회계연도(올해 4월 초∼내년 3월 말)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3%에서 1.5%로 상향 조정했다. 또 2016년도 예상치도 1.0%에서 1.4%로 올려잡았다. 일본 경제는 2014년도에 마이너스 0.4%의 역성장을 했으나 2015년도에는 1.3% 성장으로 급반전했다. 2012년 12월 취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양적 완화'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됐다. 아베노믹스의 애초 성장률 목표가 연 2%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완전한 성공이라고 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흐름 자체는 부러울 따름이다. 한국 경제는 성장률 전망치가 새로 나올 때마다 하향 조정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한국은행이 1년 전 제시한 올해 한국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3.2%였다. 그러나 4차례나 하향 조정한 결과 현재의 전망치는 2.5%에 불과하다.
아베노믹스로 고용 환경도 개선돼 일본의 실업률은 2012년 4.4%에서 2015년 3.4%로 떨어졌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탄탄한 편이다. 교도통신의 1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59.6%로, 한 달 전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물론 아직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통화 완화와 재정 확대에 의한 경기부양 효과는 냈지만 구조개혁을 통한 경제의 선순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또 적자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세율 인상(8→10%)도 2019년 10월로 늦춰둔 상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른 반면 한국 경제의 발걸음은 계속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잠재 성장률마저 이미 연 2%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잠재 성장률은 생산요소를 최대로 투입해 추가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뜻한다. 이래서야 우리 경제가 일본과의 격차를 좁히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일본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주식과 부동산 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아베노믹스는 이런 장기 불황에서 탈출하려는 특단의 처방이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20년 전의 일본과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저출산 고령화에 의한 인구 감소, 성장 잠재력의 하락, 생산성 향상의 부진 등 최근 한국 경제의 상황이 20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는 게 골자였다. 보고서는 한국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양극화 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에 접어들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만일 한국경제가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진다면 그 충격과 고통은 일본이 겪은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다. IMF의 경고를 유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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