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준수 외에 다른 의도 없어"…'사드 갈등' 속 파장 주목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한국과 중국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갈등 기류를 보이는 가운데 중국의 지원을 받아 운영중인 국내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우리 정부가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22곳을 포함해 세계 125개국, 500곳에 운영 중인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중국문화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는 기관이어서 중국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에 이은 이번 조치가 양국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1일 국내 대학들에 따르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 말부터 일선 대학이 신청한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에 대한 1년짜리 E-2(회화지도) 비자 연장과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국내 외국어학원 등 교육기관이 외국인 회화강사를 초청할 때 발급받는 E-2 비자는 사업자등록증, 학원등록증, 고용계약서, 강의시간표 등을 제출하면 어렵지 않게 발급받을 수 있다.
수도권 A대학의 경우 지난해 11월 대학 내 공자학원에 5년여간 근무해온 중국인 부원장의 E-2 비자 1년 재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고용관계 및 보수지급 체계가 E-2 비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올해 1월까지 2개월만 연장해주고 1년 연장을 거부해 해당 부원장은 지난달 귀국했다.
A대학은 후임 중국인 부원장에 대한 E-2 비자도 반려되자 이번에는 '초빙교수' 자격을 부여해 E-1(교수) 비자를 발급받으려 했지만, 이 역시 실제 '근무지'와 '보수지급 주체' 등의 문제로 끝내 불허됐다.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이 국내 기관이 아닌 중국 정부와 고용계약을 맺는데다, 급여도 한국 측이 아닌 중국이 부담하는 탓에 E-2 비자를 내줄 수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이 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 공자학원만 해도 6∼7년째 문제없이 받아온 비자가 갑자기 중단돼 당황스럽다"고 했다.
A대학은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 10명 중 E-2 비자 만기가 임박한 5명을 교체하기 위해 중국 측이 새로 선발한 강사 5명에 대한 E-2 비자를 최근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청했지만 발급받지 못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공자학원을 운영 중인 다른 국내 대학들도 비상이 걸렸다.
수도권 B대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의 공자학원 강사들도 비자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E-2 비자 불허 방침이 갑자기 시행돼 혼란스럽다"면서 "중국 측과 손잡고 교내에 공자학원을 개설한 대학들이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자학원의 중국인 강사들에 대한 E-2 비자 발급 중단이 최근 양국 사이에 불거진 '사드 갈등'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는 공자학원 강사 E-2 비자 발급 중단에 대해 "작년 8∼9월께 일선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국내 초청 공자학원 E-2 강사들의 고용관계 및 보수지급 체계가 E-2 강사 채용 기준에 맞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법령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일부 신청 건을 거부 또는 반려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령에 맞게 운영하고자 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배경이나 의도는 전혀 없다"며 "현재 대학 측과 협의 중이며 공자학원 관련 사업이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법무부도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기관인 국가한판(國家漢辦)이 관리하며 중국어 교육과 각종 행사 개최를 통해 중국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2004년 11월 서울 양재동에 세계 최초로 개설된 뒤 11년만인 2015년 말 현재 125개국에 총 500곳이 설립됐다.
일부 서방 국가에서는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활용돼 학문의 자유를 해친다는 비판과 함께 퇴출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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