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한일 외교 갈등의 불씨가 된 부산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에 일본인이 꽃다발과 사죄 편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설날이었던 지난 28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서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됐다.
편지 봉투에는 '야마모토 신야', '아키코', '사사크라 치카히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3명의 일본인으로 보인다.
편지지에는 한글과 일본어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사과합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편지 옆에는 노란색 프리지어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소녀상 설치로 한일 외교 갈등이 불거진 이후 일본 현지에서도 소녀상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소녀상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다.
사진 촬영이나 단순 방문 외에 실명으로 사죄 편지를 놓고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이 한국의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항의하며 주한 일본 대사를 귀국시킨 자국 정부의 조치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는데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편지는 현재 소녀상을 관리하는 '부산겨레하나'가 보관 중이다.
부산겨레하나는 방문객이 소녀상에 놓고 가는 물품이 늘자 매일 정리정돈에 나서고 있다.
부산겨레하나 관계자는 31일 "소녀상을 방문한 일본인이 많았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사죄의 의미를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라며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와 달리 일본의 잘못을 사과하는 일본인이 있어 고맙고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부산·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소녀상 설치로 일본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이라는 부산 일본영사관 측의 '엄포'와 달리 소녀상 설치 이후 일본인의 부산 입국자 수가 예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win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