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前 시총 50위 상장사, 20곳 이름마저 사라져
7개만 50위권 유지, 은행들 부침 가장 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전에 시가총액 5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상장사가 20곳은 인수합병(M&A)이나 상장폐지 등의 이유로 이름조차 찾을 수가 없다.
불과 20년 사이에 상장사들의 지형이 요동쳐 상전벽해를 방불케 한다.
시가총액 상위 50종목에서 지난 20년간 순위가 올라간 기업 7개 중 1개에 그쳤다. 나머지 상당수는 회사 명맥조차 유지하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인 1997년 1월 초 시총 상위 50위권에 든 상장사 중 올해도 이름을 올린 곳은 7개뿐이다.
삼성전자[005930]와 국민은행(현 KB금융), 현대차[005380], 삼성화재[000810], 삼성물산[028260], LG화학[051910], 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이 그 주인공들이다. 우선주로 삼성전자우[005935]가 한곳 포함돼 있다.
하지만 나머지 42개 종목은 순위가 떨어지거나 M&A 등을 통해 회사가 아예 없어졌다.
시총 상위 50위권 종목 중 기업이 사라진 곳은 20곳에 달했다.
IMF 전만 해도 시총 상위 50종목에 14종목이 들어갈 정도로 명성을 날렸던 은행주들이 가장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시총 12위였던 조흥은행을 비롯해 상업은행(19위), 한일은행(20위), 서울은행(27위), 장기은행(32위), 주택은행(34위), 한미은행(40위) 등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추억이 됐다.
지금은 신한지주[055550](11위), KB금융[105560](14위), 하나금융지주[086790](31위), 우리은행[000030](33위), 기업은행[024110](40위) 정도만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순위에서 크게 밀려난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20년 전 시총 16조원으로 삼성전자를 압도했던 한국전력[015760]은 1위 자리를 삼성전자에 내주고 5위로 밀려났다. 포항제철(POSCO)은 3위에서 9위로 뒷걸음질했다.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한국전력과 포항제철 등을 국민주로 보급했을 때만 해도 이들 종목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증시가 수출기업 위주로 재편되자 순위에서 밀려났다.
M&A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새롭게 부상하거나 5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등 진전된 변화를 겪은 기업들도 있다.
시총 9위였던 LG반도체는 현대전자에 흡수합병됐다가 지금은 시총 2위로 올라선 SK하이닉스[000660]로 간판을 바꿨다. 한국이통은 SK그룹에 인수돼 지금은 SK텔레콤[017670]이 됐다.
이들을 대신해 자동차, 화학, 정유 등 이른바 '차화정' 대형 수출주들이 시총 상위 자리를 꿰찼다. 현대모비스[012330](6위), SK이노베이션[096770](19위), 롯데케미칼[011170](20위), 현대중공업[009540](24위) 등이다.
또 신성장 종목으로 주목받는 기업들이 새로 순위권에 진입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성장에 힘입어 NAVER[035420]는 시총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035720]도 49위로 순위권에 들었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036570]는 48위에 들었다.
한류 덕분에 급성장한 화장품기업인 아모레퍼시픽[090430](13위)과 LG생활건강[051900](21위)도 새로운 얼굴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22위)도 신성장 종목으로 주목받았다.
삼성전자의 성장도 대단했다. 순위는 2위에서 1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 시총은 4조원 수준에서 254조원으로 60배 넘게 커졌다. 주가가 4만4천원에서 180만5천원으로 40배 이상 오른 덕이다.
현대차는 23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8천억원이 조금 넘던 시총이 33조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주가는 2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랐다.
또 국민은행은 15위에서 14위로, 삼성화재는 28위에서 23위로, 삼성물산은 29위에서 8위로, LG화학은 33위에서 15위로, 하나은행은 45위에서 31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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