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달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이하 전기안전법)'을 둘러싼 논란이 헌법소원 등 법정 다툼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안전법은 그동안 전기용품과 의류·잡화 등 생활용품에 따로 적용되던 두 법(전기용품안전관리법·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을 통합한 것으로, 옥시 가습기 사태 등을 거치며 커진 '안전 관리 강화' 요구를 반영했다.
문제는 이 법을 준수하면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의류, 잡화 등 생활용품을 수입하는 소규모 수입·유통업자들까지 모두 일일이 취급하는 제품에 대해 품목별로 20만~3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고 '공급자 적합성 확인' 서류(KC 인증서)를 받아 인터넷에 게시, 보관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들은 "부담이 너무 커 법 준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의류·잡화 등 8가지 품목에 대해 다시 1년 동안 인터넷 게시와 보관 의무를 유예했지만, 법이 바뀌지 않는 한 1년 뒤에도 뾰족한 해답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KC 인증서 게시·보관 의무 적용 대상에 새로 포함된 병행수입업자, 해외 구매대행업자들은 그야말로 '패닉(공황)' 상태다.
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예를 들어 뉴발란스, 나이키 등 해외 브랜드를 '소량·다품목 병행수입' 형태로 들여와 온라인 쇼핑사이트 등에서 판매하는 사업자나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대행하고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는 사실상 이 법을 엄격히 따르자면 장사가 불가능한 처지"라고 말했다.
병행 수입하거나 구매 대행하는 품목은 수백 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지만, 수량은 대기업 라이선스(공식인증) 수입업체들에 비해 적기 때문에 일일이 품목마다 수 십만 원을 들여 KC 인증을 거치면 수지 타산을 맞출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이미 KC 인증을 받은 라이선스 수입제품과 같은 품목을 병행 수입하거나 구매 대행할 경우만이라도 KC 인증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숨통이 트이겠지만 이마저도 현재로써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같은 품목이라면 인증 공유가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지만, 인증 공유 시스템이나 절차, 규정 등과 관련해 명확히 정해진 게 하나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한 해외 구매대행 업계 관계자는 "직구로 해외에서 국산 TV를 들여올 때, 이미 제조업체가 KC 인증을 받은 상태라면 같은 제품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설계도를 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돌고 있다"며 "누가 일개 직구 업체와 TV 설계도를 공유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2월 안에 병행수입업자, 해외구매대행업자 등 일부 소규모 수입유통업자들은 "전기안전법이 헌법이 보장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다.
해당 업계 관계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안영신 글로벌셀러창업연구소장은 "법무법인과 수차례 논의 끝에 헌법소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커뮤니티 회원 등을 상대로 현재 헌법소원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고, 이르면 이달 안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들은 국회에 법 개정을 '읍소'하는 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안 소장은 "전국에 흩어져있는 구매대행, 병행수입 업자들을 모아 국회의원들과 접촉, 전기안전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할 것"이라며 "이미 일부 여야 의원들은 전기안전법 개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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