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아직도 있냐, 사표 받으라" 직접 지시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이보배 기자 = 청와대가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노태강(57)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찍어내기 위해 감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3년 8월 홍경식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연락해 "노태강, 진재수 두 사람에 대해 공직감찰을 진행했는데 체육 개혁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고, 공무원으로서 품위 유지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호성(48) 전 부속비서관도 모 전 수석에게 연락해 "인사조치 하라고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람들에 대해 인사가 됐냐"고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씨는 2013년 4월 열린 전국승마대회에서 딸 정유라(21)씨가 준우승에 그치자 심판들의 편파판정 의혹을 제기했고, 곧 대통령비서실 등의 지시로 문체부의 '체육 단체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감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감사를 맡은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이 '대한승마협회의 주된 문제점이 파벌싸움이며, 최씨와 반대쪽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결과를 내놓은 것이 부당한 인사 조처의 발단이 됐다.
감사 결과를 들은 최씨 측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 전무는 진 전 과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 "그렇게 안 봤는데 섭섭하다"면서 항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과 모 전 수석에게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모 전 수석은 외국에 출장 중인 유 전 장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인사 조치 여부를 확인한다"며 채근했고, 두 사람은 대기발령을 받은 지 약 한 달 후 각각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좌천성 인사 조치됐다.
박 대통령은 이후에도 노 전 국장이 박물관에 여전히 근무 중이란 사실을 알고 "아직도 있냐, 사표 받으라"고 김상률 당시 교문수석에게 지시했다.
이를 전달받은 김 전 장관은 작년 4월 '프랑스장식미술전' 무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노 전 국장에게 사직을 요구했다. 이를 거절 시 동료들이 받을 인사 불이익을 우려한 노 전 국장은 결국 원치 않게 사직했다.
진 전 과장은 작년 3∼4월경 명예퇴직을 신청해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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