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비서실장 지휘…각종 지원 배제 명단으로 악용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박근혜 정부가 문화·예술계의 '좌파 인사'를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고자 만든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휘 속에 9천여명까지 불어난 것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나타났다.
3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은 2014년 4∼5월 "좌파의 지원이 많고, 우파 지원은 너무 없다"는 김 전 실장의 질책에 '좌파 인사' 배제에 나섰다.
신 전 비서관은 '민간단체 보조금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 등을 통해 2013∼14년 문체부 산하기관이 지원한 현황을 받아 야당 지지 이력이 있거나 '좌파 성향'으로 분류한 개인과 단체 80여명을 선발했다.
이는 김소영 당시 문화체육비서관에게 건너갔고, 김 비서관은 개인과 단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김 비서관은 조현재 당시 문체부 1차관을 불러 명단을 전달해 실행되도록 했다. "정무수석실에서 만든 것인데, 극비리에 관리하며 정부 지원이 가지 않게 하라"는 말과 함께였다.
문화체육비서관실 소속 행정관들이 수시로 문체부 측에 연락해 명단을 하달하는 등 방식으로 명단은 계속 업데이트돼 문체부와 산하기관의 각종 지원 사업이나 인선, 훈·포장 대상자 선정의 기준으로 쓰였다.
부서 간, 전·후임자 간 공유나 인수인계도 이뤄졌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도 취임 때 전임 박준우 전수석에게서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실행에 동참했다.
명단에 반대했던 유진룡 전 장관은 사실상 경질됐고, 다른 문체부 관계자에 대한 인사조처도 진행됐다.
그해 10월 '2015년도 아르코 문화창작 기금사업' 지원 신청 등에서 정책을 비판하거나 야권 인사를 지지한 이들의 지원 배제가 이뤄졌다.
2015년 5월엔 '세월호 시국선언'이나 '문재인 지지 선언', 박원순 지지 선언' 등에 포함된 이들을 포함해 명단 인원이 9천473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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