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영국 야당 원로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히틀러와 비교하는 극언을 쏟아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세대로 47년째 하원의원인 노동당 데니스 스키너(85) 의원은 30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응답에서 "내가 (이탈리아) 무솔리니와 (독일) 히틀러 두 명의 파시스트가 영국의 도시들에 비 오듯 퍼부은 공습을 할 때 계단 밑에 숨어있었던 순간을 외무장관은 나와 함께 상상해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스키너 의원은 "지금 정부는 또 다른 파시스트, 트럼프와 손을 잡고 있다. 내가 외무장관에게 말하려는 것은 트럼프의 국빈방문을 금지하라는 것"이라며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몰아붙였다.
메이 총리가 지난 2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장으로 향할 때 트럼프가 계단에서 메이의 손을 잡아준 것을 비유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노동당의 닉 다킨 의원도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193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지금이 트럼프에 유화적일 때인가 아니면 영국의 가치에 맞서 저항할 때인가"라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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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에 나선 존슨 외무장관은 트럼프를 파시스트들과 비교한 것을 비판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존슨 장관은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의 선출된 지도자를 1930년대 독재자들과 비교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느낌이 든다"며 "미국 친구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것이,침착함을 보여주면서 영국 국민과 (영국과 행정명령 대상 7개국) 이중국적자들에게 최선의 것을 얻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라고 반격했다.
앞서 존슨 장관은 행정명령이 발동된 직후 제러드 큐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과 접촉해 영국과 이들 7개국 이중국적자가 해당 7개국에서 직접 미국에 입국하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영국 국적자는 행정명령에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합의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무의미하게 트럼프 행정부를 악마로 만드는" 노동당의 접근을 택했다면 반이민 행정명령의 영국 국적자 예외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영국에선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계기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증폭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전날 저녁 총리 집무실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는 수천명이 트럼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카디프 등 런던 이외 다른 도시들에도 비슷한 시위가 열렸다.
또 연내 예정된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회 온라인 청원도 서명자가 14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는 국빈방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청원을 거부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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