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책 등 비판하면 '진보·좌파 성향' 분류해 불이익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지헌 기자 =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한국의 시인도, 작가도 '진보 성향'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1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 사건에 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공소사실에 따르면 리스트에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도 포함됐다.
고은 시인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2014년 4월 '좌파 성향'으로 분류한 문화·예술인 약 80명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신 전 비서관은 이를 김소영 당시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게 넘겨줬고 김 전 비서관은 모철민 당시 교육문화수석에게 보고한 다음, 명단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보내 조직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후 블랙리스트는 여러 차례 업데이트를 거쳐 2015년 5월에는 9천473명 규모로 불어났다.
문학비평가인 황현산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도 명단 등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신 전 비서관은 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책임심의위원 선정 과정에서 황 교수와 방민호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포함한 19명을 후보군에서 배제했다.
이들이 해군 제주기지 반대 촛불시위에 참가했거나 노무현시민학교 강좌를 했다는 점 등이 이유였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한강도 마찬가지였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은 2014년 정부가 1천만원 어치를 구매해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하는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한 작가나 단체 등이 출간한 책이 지원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김소영 전 비서관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비롯한 '문제도서' 9권을 추려 세종도서에 선정되지 못하도록 했다. '소년이 온다'는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2015년 세종도서 선정 과정에서는 작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등 13권이 문제도서 목록에 올랐고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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