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행정명령에 하버드대 연구원 자리 날린 이란인 자매

입력 2017-01-31 23:13  

반이민 행정명령에 하버드대 연구원 자리 날린 이란인 자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이란인 자매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 활동할 기회를 잃을 위기에 몰렸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아메네 아스가리(34)와 마르지에 아스가리(44) 자매는 각각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박사후과정 연구원과 철학 객원연구원 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미국 보스턴으로 가려던 이들 자매는 29~30일 이틀 동안 영국 히스로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이란, 이라크 등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 때문이었다.

두 살 된 딸아이를 안은 마르지에는 "너무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며 "이 정책이 잘 작동할 것이라고 트럼프가 말했는데 이게 잘 작동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메네는 하버드대 의대에서 심장조직 연구를 돕는 연구원 자리를 얻은 수학자이고 마르지에는 영국인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한 철학도로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강사와 결혼했다.

마르지에는 트럼프 취임 이전인 지난달 초에 보스턴으로 가려고 했지만 남편 일 때문에 미국행을 늦췄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마르지에는 지난주 금요일 집에서 TV를 보다가 트럼프의 행정명령 발동을 알게 됐다면서 그날 저녁 하버드대 행정당국에서 "가능한 한 빨리 오라"는 메모를 받았다고 했다.

마르지에 자매는 서둘러 29일 출발하는 브리티시에어 항공편을 예약하고 다음 날 히스로공항에 도착했지만,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브리티시에어 간부로부터 그날 밤 묵을 호텔 바우처를 받아 호텔에서 하룻밤 을 지낸 뒤 월요일 아침 8시에 공항에 나왔다. 하지만 공항 안에서 해결은 여전히 안 됐고, 미국 국토안보부 관리와 전화통화로 사정을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자매는 아직도 미국에 가고 싶은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미국 공항에서 시위대가 항의하는 것에 기운을 얻었다고 했다.

마르지에는 "솔직히 말하면 보스턴(하버드대)이 아니면 미국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캐나다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요일 오후 늦게까지 공항에서 미 국토안보부의 전화를 기다리던 이들 자매는 법적 소송이 해결되기까지 180일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어야 했다.

마르지에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면서 "트럼프가 무슬림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아무도 믿지 않았었다"며 참담해 했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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