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FTA 노리는 미국에 고속철도·에너지·AI 협력 패키지 제안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음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십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내용의 경제협력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음달 10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속철도, 에너지,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미국 경제에 도움을 주는 포괄적 정책 패키지를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일성장고용 이니셔티브'라는 이름의 이 패키지를 통해 일본 정부는 수십만명의 미국 현지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패키지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의 고속철도 계획 등 인프라 정비를 돕고 셰일 오일개발에 투자하는 한편 AI와 로봇 기술 채용을 도와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경제협력 패키지를 마련한 것은 자동차 분야 등 대일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누그러트리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 도요타를 비롯한 해외 기업들에 미국 내에 공장을 지어 고용 확대에 기여하라고 압박을 해왔다.
지난 29일(일본 시간 기준) 가진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경제산업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미국과의 협력 방안을 검토해 왔다. 현재는 이 패키지가 어느 정도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을지 계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패키지를 내밀며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미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본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선물꾸러미를 준비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농산품을 포함한 미일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겉으로는 양자간 통상협정을 위한 협상을 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내심 별다른 이익이 없는 미일 FTA 교섭을 피하고 싶어 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FTA 교섭 대신 경제협력 패키지를 내밀 생각이라고 전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