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경제 고위참모로 평가받는 피터 나바로 신설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앞세워 독일이 교역상대국을 착취한다고 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화의 가치 결정권이 우리에겐 없다"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유명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유럽 19개국이 쓰는 유로화는 옛 독일 마르크화나 다름없다고 말하면서 독일은 저평가된 유로화를 기반으로 해 유럽연합(EU) 다른 회원국과 미국을 착취한다고 했다.
독일이 자신의 경제력보다 훨씬 저평가된 낮은 가치의 유로화에 힘입어 수출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하고 EU와 유로존 내에서 가장 큰 교역 수혜와 경제 성장의 과실을 챙긴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독일의 핵심 우방이자 갓 출범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고위 통상관료가 영향력이 큰 경제지를 통해 대놓고 그렇게 꼬집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AFP 통신은 의미를 부여했다.
설혹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더라도 미국 이익을 철저히 관철해야 한다고 보는 나바로 위원장의 이번 '도발'에 대해 스웨덴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정부는 유로화와 그 가치의 문제와 관련해 유럽중앙은행(ECB)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잘 결정할 수 있게끔 노력한 국가(일뿐)"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또 "정부는 유로화가 없었을 땐 독일중앙은행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했다"고 덧붙인 뒤 "우리는 ECB의 선택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을 것이고 끼칠 수도 없다"면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그런 것이 바뀌길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ECB는 현재 국채 매입을 통한 전면적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자신의 통화정책 본령인 '적정한 수준에서의 물가 관리'에 주력하고 있으며, 그 영향권 아래서 유로화 가치도 움직이고 있다.
한편, AFP가 전한 통계로 작년 1∼11월 미국이 독일을 상대로 해서 입은 교역적자는 600억 달러로 멕시코와 교역에서 본 적자 금액과 비슷하다. 이런 적자 규모는 미국이 EU 28개국과 교역하며 발생한 적자 총액이 1천34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큰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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