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 잿더미 된 보금자리서 희망 키우는 광주 학강초 야구부

입력 2017-02-01 08:18  

화마로 잿더미 된 보금자리서 희망 키우는 광주 학강초 야구부

"화마가 열정까지 삼키지는 못했죠" 신발 끈 고쳐매는 선수들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선배들 사진과 우승 트로피, 야구부의 추억이 모두 불타버렸다며 아이들이 울더군요. 굉장히 마음 아파했습니다."

광주 남구 학강초등학교 야구부 최태영 감독은 1일 교내 실내훈련장이 잿더미로 변했던 날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학강초 야구부원 29명은 여독을 푸는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열었다.

경주시장배 전국 초·중 초청 야구리그에서 7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학강초 야구부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 날만큼은 훈련을 거를 법도 했지만, 광주로 돌아오자마자 곧장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오전 훈련이 무르익던 오전 10시 24분께 철골조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훈련장 2층에서 전기 요인으로 추정되는 화염과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

1층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던 최 감독과 코치진이 소화기를 들쳐메고 계단을 뛰어올랐다. 강한 열기와 눈·코를 찌르는 매운 연기가 삽시간에 이들을 덮쳤다.

서둘러 몸을 피한 최 감독과 코치들이 학생들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구슬땀 흘리며 쌓아올린 70여 개 트로피가 그을음을 뒤집어쓰고 알루미늄 방망이는 엿가락처럼 녹아내렸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김주형·김다원·윤정우, 두산 베어스 최주환·이원석, 삼성 라이온즈 전준호, SK 와이번스 박정환 등 학강초 출신 프로야구 선수들의 앳된 모습이 담긴 사진은 대부분 불에 타 없어졌다.

이 사진은 1980년에 없어졌다가 1995년 재창단한 학강초 야구부에 액자 속 인쇄물이 아니라 꿈을 새겨주던 '큰 바위 얼굴'이었다.

최 감독은 화마가 집어삼킨 야구부 역사보다 한창 기량 오른 아이들의 훈련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더욱 애가 탔다.

방학을 맞아 기본기 강화 훈련을 반복할수록 실력이 쑥쑥 자라던 학강초 야구부는 연습할 공간과 야구용품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이달에는 순천과 전북 군산에서 열리는 겨울 리그가 예정돼 있고, 다음 달 말부터 대한야구협회가 주관하는 대회가 잇따라 시작된다.







그런 학강초 야구부에 반가운 전화 한 통과 함께 기적 같은 희망이 찾아왔다.

일본에서 전지훈련 중인 KIA 양현종 선수가 "관심 두고 있다"는 격려인사를 후배들에게 전달했다.

학강초를 담당하는 광주시교육청 서부교육지원청은 학생들이 다시 훈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광주 서부교육청은 화재 상황을 겪은 야구부 학생들이 안정을 찾도록 심리상담을 시작했다.

교육청은 운동부 교육훈련지원예산으로 편성한 2천만원을 긴급 투입해 야구공 1천개, 알루미늄 방망이 30개, 포수 장비 4세트, 피칭머신 등을 이번 주 안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주변 학교를 훈련 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이달 담양 백진야구장에서 열리는 전지훈련도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거든다.

교육청은 야구부가 7억7천만원의 화재보험에 가입한 시설안전공제회에는 빠른 보상절차를 당부했다.







최 감독은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며 "교육청과 많은 분의 배려에 땀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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