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지수 100선 붕괴해 석 달 새 최저로…엔화 환율 달러당 112엔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 대국의 통화 가치를 싸잡아 문제 삼으며 이들 국가가 환율조작국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으로 달러가치는 약 두 달 만에 최저로 떨어진 반면에 엔화가치는 112엔대 초반까지 상승하고 원화가치가 10원 넘게 오르는 등 외환시장이 출렁거렸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환산한 달러지수(DXY)는 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간) 99.430까지 떨어졌다가 등락을 거듭하며 99.512로 마감했다.
달러지수는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8일 이후로 약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고,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거의 석 달 만에 100선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오전 0시 4분에 달러당 112.08엔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11월 30일 이후로 약 두 달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오전 9시 21분 현재 달러당 112.95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 환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엔화가치가 강세를 보인다는 의미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오전 1시 2분 유로당 1.0812달러까지 치솟아 지난해 12월 8일 이후로 가장 높았다. 달러에 견준 유로화 가치가 그만큼 올랐다는 얘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1원 급락한 달러당 1,150.0원에 개장했다.
외환시장이 이처럼 요동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의 통화 가치 절하를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교도 통신이 1일 보도했다.
이런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믿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낸다.
또 이달 10일 열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을 문제 삼을 것이 거의 확실해졌다고 교도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시절부터 취임 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수차례 언급했으며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아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또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달러 강세에 불만을 표시하며 "달러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는 것은 달러가치가 너무 높아서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즈호 증권의 닐 존스 외환 헤지펀드 담당은 "강(强) 달러 정책은 끝났고 옛날 일이 됐다"며 "최근 미국은 달러 강세가 유로존에 이득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유로화 절하를 문제 삼으며 독일을 공격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로화를 '사실상 독일 마르크화'라고 표현하며 유로화 가치 절하가 독일의 교역에 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이에 즉각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이 유로화 가치 결정에 개입할 수 없다며 독일은 항상 "독립적인 유럽중앙은행(ECB)을 지지해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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