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있는 자본주의'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이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 테러리스트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게 행정명령의 명분이지만 그 기저에는 반(反)이민, 반(反)다문화주의가 있다.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를 나눠 가졌다는 대중의 정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기반이 됐다.
다문화는 국가 경제에 득일까 실일까. 경영철학자 찰스 햄든-터너와 경영 컨설턴트 폰스 트롬페나스가 함께 집필한 '의식 있는 자본주의'(세종서적 펴냄)는 "다양성의 포용은 부(富)의 창조에 필수"라고 말한다.
이 책은 2015년 출간됐지만 2017년 1월 대통령 취임 후 잇단 조치로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충고로도 유용하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미국의 국경을 닫아걸고 있지만,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부의 확대에 유용하다는 조언이 가득하다.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르완다 대학살, 세계를 휩쓰는 반이민 물결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성 그 자체는 "고장 난 신호등"과 같다. 포용이라는 가치와 만나야 다양성의 신호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책은 '다름'이라는 변경 불가능한 조건을 가진 이민자와 소수자가 포용의 가치관을 기업 세계에 도입함으로써 살아남았고, 전체의 부도 키워 왔다고 강조한다.
영국 산업혁명 시기에 소수인 퀘이커 교도들이 많은 부와 새로운 금융문화를 창출해냈다거나, 2000년 당시 실리콘밸리 부의 1/3은 1970년 이후 미국에 온 중국과 인도인이 일군 것이라는 조사 결과 등은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들이 보기에 동아시아 각국은 동·서양의 혼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부터 개혁·개방 정책과 방대한 화교 네트워크를 통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대조적인 가치를 공유하게 된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계 원주민과 중국계 이민자, 식민 종주국인 영국의 문화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면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떠올랐다. 미국 냉전 정책의 영향을 받은 한국과 대만도 혼합경제의 성공 사례다.
이는 다른 모든 것들을 희생해서라도 주주 이익만 좇는 쪽으로 변질된 영미식 자본주의의 배타성과 대척점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의 9가지 비전'이 원제인 이 책은 자본주의가 직원과 납품업체, 고객,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이익을 아우르는 '관련 당사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큰 줄기로 삼아 다양한 비전을 보여준다.
주주보다 직원과 납품업체를 배려하는 싱가포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관시(關係)를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는 중국은 관련 당사자 자본주의를 보여준다.
이밖에 관련 당사자들이 일대일 대면 관계를 맺음으로써 수익성보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독일 중소기업 미텔슈탄트 모델, 개발도상국 커피 재배농들을 인도적으로 대함으로써 주가가 상승한 스타벅스처럼 관련 당사자 간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의식 있는 자본주의' 운동 등이 비전으로 제시된다.
이종인 옮김. 600쪽. 2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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