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외교관 출신 특임공관장도 민간인 참여 통해 검증해야"
현행 시스템으론 '대통령이 찍은 인사'에 반대 어려워
미국은 모든 대사 인사 상원 인준 거치도록 헌법에 명시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 인선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업 외교관이 아닌 사람 중에서 대통령이 임용하는 '특임 공관장' 제도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에서도 특임 공관장 제도는 보편화해있지만 '비선실세'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사 인선에 개입해 인사안을 관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검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전ㆍ현직 외교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특임 공관장은 직업 외교관이 받는 엄격한 '공관장 자격 심사' 대신 서면 심사만 받고,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의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기에 인사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 등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낙점한 인사에 대해 정부 안에 있는 사람이 반대 의견을 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견해가 많다.
대사 경력을 가진 한 전직 외교관은 1일 최순실 씨의 대사 인사 개입에 언급, "30년 정도에 걸쳐서 제대로 된 대사 한 명을 양성하는데 종잡아 수십억 원이 들어간다고 봐야 하는데 일국의 대사가 이렇게 임명되다니…"라며 개탄했다.
이 전직 외교관은 "외교부는 (적절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대사로 임명되는데도) 아무 말도 못 한 채 받아들였다"며 "외교부는 '특임공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우리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남 이야기하듯 반응하는데 안타깝기까지 하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인사 관행에 정통한 한 현직 외교관은 "특임 공관장에 대한 실질적인 인선 절차는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에서 추천한 인사에 대해 외교부가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어학시험 정도가 있는데, 사실 외교부가 대통령의 고유 권한(특임 공관장 인사)에 대해 견제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 외교부 간부는 "특임 공관장 제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공관장 인사에서 이권이 개입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특임 공관장이라고 하더라도 인사의 객관성, 정당성, 타당성 등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간부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특임 공관장 인사에 대한 심사위원회에 외부인(민간인)을 참여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견제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특임 공관장(제도) 고유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외교부 밖의 독립적인 인사위원회 등에서 인사 검증을 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경우 우리의 특임 공관장과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대사 임명시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측근으로서 역시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니었던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대사처럼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공관장이 적지 않지만 청문회를 포함한 상원의 인준 절차를 거치게 돼 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의 검증을 피할 수 없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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