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취임 후 세계를 뒤흔드는 행정명령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봄철 임금인상 투쟁인 춘투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일본의 춘투는 올해도 정부가 앞장 서 업계에 임금인상을 압박하는 사실상의 "관제 춘투" 형태로 이미 시작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전면에 나서 임금인상을 촉구하는 관제춘투는 올해로 4년째다. 경제계도 정부 정책에 호응해 임금을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올해의 경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춘투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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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NHK는 31일 올해 임금인상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면서 가장 큰 요인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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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2월 10일이라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춘투의 향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의 자동차 수출을 문제 삼고 있다. 양국 간 자동차 무역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제약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중국과 일본, 독일 등 경제 대국의 통화 가치를 줄줄이 문제 삼으며 이들 국가가 환율조작국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규정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수출기업의 임금인상 여부와 인상 폭은 춘투의 큰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트럼프가 정상회담에서 기존의 주장에서 후퇴하거나 양보하지 않을 경우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수출업계의 임금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샐러리맨들은 승진 등으로 급여가 약간 올랐지만 "모르는 사이에 이런저런 세금이 올라 손에 쥐는 수입은 별로 늘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정부 주도로 지난 몇 년간 임금인상 움직임이 확산됐지만 근로자들은 임금상승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의 임금인상 의지도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K가 1월 초 대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51개사가 어떤 형태로든 임금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검토하지 않는다"는 기업은 10개사, 39개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는 재작년 같은 시기에 실시한 조사에서 71개사가 "인상검토", 작년 조사에서 54개사가 "인상검토"라고 답했던 것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구체적인 인상방법을 놓고도 노사가 온도 차를 보인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데 비해 기업은 보너스나 수당을 포함한 연봉인상을 주장하고 있다.기업의 입장에서 기본급 인상은 앞으로도 수익이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주의적인 무역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경영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이와(大和)증권그룹의 히비노 다카시 사장은 "디플레 심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임금을 올리고 싶지만,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국제정세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확실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자동차 문제와 함께 환율문제도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NHK는 정상회담의 내용에 따라 일본의 노사협상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노조로서는 트럼프가 "맞바람"이 되는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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