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 사학자, 트럼프 정부가 '홀로코스트 부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영국 정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국빈방문 초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찰스 영국 왕세자가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빗대며 경고했다.
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찰스 왕세자는 지난달 30일 런던에서 열린 영국 최대 유대인 단체 '세계유대인구조'(WJR) 연례 만찬 연설에서 트럼프 정부의 7개 이슬람 국가 국적자 미국 입국 금지 조치를 에둘러 비판했다.
찰스 왕세자는 "나는 살아오면서 늘 신앙과 공동체의 경계를 뛰어넘으려 했으며, 어디에 속해 있는 사람이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손을 내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지막 전쟁(2차대전)이 남긴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교훈이 잊힐 위험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특히 WJR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빈방문해달라고 초청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한 영국인이 16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트럼프가 만약 영국을 국빈 방문하면 엘리자베스 여왕은 물론 찰스 왕세자도 트럼프 일행의 영접에 나서야 하며 이는 여왕과 왕실을 난처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WJR 만찬에서 영연방 히브리교회연맹(UHCC)의 이프라힘 미르비스 수석 라비는 수많은 난민들이 국경을 닫아버리는 나라들, 특히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희망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오직 종교와 국적에만 근거해 차별을 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면서 "유대인으로서 우리는 이들이 차별의 희생자라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대 종교는 친절과 박애를 실천할 때 경계를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에 속한 사람이든 그들은 '미쉬파차'(mishpacha ; 히브리어로 '가족'), 즉 지구촌 가족의 일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유명한 홀로코스트 역사학자인 데보라 립스타트는 트럼프 정부가 홀로코스트를 '탈(脫) 유대화'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립스타트는 시사잡지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홀로코스트 부인 세력은 여전히, 특히 미국 최고위 공직자 사이에도 살아 남아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측근들이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반(反)유대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역사를 다시 쓰려는 의식적 시도"이기도 하다면서 덜 노골적인 방식으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고전적 수법(classical softcore dinial)으로 범죄를 저지르고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지난 2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 성명에서 600만 유대인 희생자들을 언급하지 않은 채 "희생자들, 생존자들, 영웅들"이라고만 언급해 나치에 의해 숨진 유대인 혹은 반유대주의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립스타트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영국 저술가 데이비드 어빙을 비판한 책 '부인'(否認 Denial)을 써 어빙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바 있으며, 최근 립스타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동명의 영화가 개봉됐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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