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개헌연대에 시큰둥…반기문 '애태우기' 전략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사실상 당의 대표선수로 여기던 새누리당 내부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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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지율이 어느새 10%를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오자 반 전 총장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분위기다.
반 전 총장을 대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도 설 연휴를 전후해 바뀌는 모양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개헌연대 제안에 매몰찬 발언을 쏟아냈다.
인 위원장은 "저런 말을 하려면 사전에 만나서 얘기한 후에 해야지 불쑥 해서 내가 할 테니까 와라. 아니 반 전 총장이 지금 의석이나 하나 가졌나. 무슨 힘을 믿고 저러시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반면, 황 권한대행에게는 연일 '러브콜'을 보내는 분위기다. 불과 3주 전까지 "후보도 내지 않겠다"며 반성 모드를 천명한 인 위원장이 "이제 후보를 내도 되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대선 체제 전환을 선언한 것도 황 권한대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는 "황 권한대행이 우리 당원도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보수세력이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10% 정도 지지율이 나온다"며 "당연히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으면 되는 게 좋겠다"며 구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같은 기류변화는 물론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과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세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30일 성인 1천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전 총장의 지지도는 13.1%에 그쳤지만,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은 8.3%를 기록했다.
당내에서도 반 전 총장의 반등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나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처럼 반 전 총장이 갈지자로 가면 조만간 황 권한대행한테 역전당할 것"이라며 "광폭행보를 한답시고 집권여당을 이용할 생각만 하면 우리 당에서도 바로 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황 권한대행은 자력으로 상당한 지지율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 실패하더라도 5년 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도 지지율이 8.3%나 나온다"며 "보수의 표본 같은 분이고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인 만큼 만약의 경우에도 5년 후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 기류변화가 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과 함께 새누리당을 배제하는 듯한 언행에 서운한 감정이 더해져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제3지대 모색이나 기존 정당 입당 등 향후 정치 구상에서 새누리당을 배제하는 듯한 언행을 보인 게 사실이다.
마치 발을 들여서는 안 되는 곳으로 여기는 듯한 반 전 총장의 태도에 서운함을 넘어 감정의 골이 파인 당 구성원이 적지 않다고 한다.
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을 보수의 후보로 고려했는데 그분은 새누리당을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될 당으로 보는 듯하다"며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고 자존심 상하는 일로 생각하는 당원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물론, 새누리당이 반 전 총장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린 것은 아니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반 전 총장이 이제라도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인 위원장은 1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새누리당에 오시는 것도 조금 늦지 않았나. 지금 마지막 막판인 것 같다"면서도 "늘 기회는 열려있다. 본인의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라는 대안을 확보한 새누리당이 반 전 총장의 애를 태워 입당케 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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