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창살 수형실서 수의 입고 영사서비스 실습…"실감나네"(종합)

입력 2017-02-01 14:40   수정 2017-02-0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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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창살 수형실서 수의 입고 영사서비스 실습…"실감나네"(종합)

국립외교원 영사실습교육장 개소식

해외 사건사고 1만4천건…"국민 입장에서 생각할 기회"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매일 약을 드셔야 하나요? 언제부터 드셨죠? 지금 건강은 어떠세요?"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2층.

쇠창살이 설치된 수형 시설 옆의 자그마한 방에서 정장 차림의 30대 남성이 옷에 수형 번호가 찍힌 수형자와 마주앉아 낮은 목소리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수형자의 건강 상태, 감옥내 인권침해 여부, 건강상태 등을 묻고 답하는 상담 내용은 진지했지만, 이따금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간간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곳은 바로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에 신설된 영사실습교육장. 외교원은 재외공관에 파견되는 영사 인력 교육을 강화하고자 최근 시설을 마련했다.

연간 해외 여행자수가 2천만명을 돌파하고, 해외 사건사고가 1만4천여건에 달하는 상황에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영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30평 규모 교육장에는 생동감 있는 교육을 위해 쇠창살까지 갖춘 수형 시설과 이에 딸린 수형자 면회실, 일반 영사면회실, 영사교육장, 민원창구 실습실 등이 들어섰다.

이달 중순이면 세계 각지의 공관으로 나가는 젊은 외교관들은 이날 해외 공관 근무 경험이 풍부한 선배를 상대로 하거나 또는 각자 역할을 나눠 다양한 상담 과제를 진행했다.

과제로는 해외 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와 면담을 통해 건강 상태, 시설내 가혹행위 여부 등을 파악하고 요구 사항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나리오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임금 체불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주어졌다.

상담을 진행하는 교육생들 옆에는 전직 총영사급 간부들이 자리해 상담이 막힐 때마다 다양한 조언을 해줬다.

민원상담 역할극을 진행하던 한 외교관은 "그동안 영사서비스를 받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역할을 나눠 과제를 해나가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영사 업무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면서 "처음 받는 교육 형식이라 조금 낯설기는 했는데 피부에 와닿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립외교원 관계자는 "실제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유형을 분석해 시나리오를 개발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해외에 있는 행정원들을 위한 관련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열린 개소식 행사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윤 장관과 심 의원은 쇠창살 등이 설치된 시설을 둘러보면서 연방 "실감난다", "실제 같다", "현장감이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 장관은 심 의원에게 "근래 영사 업무의 상당수는 법률서비스와 관련된 사안이 많다"면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게 변호사들과 협력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공관별로 매년 100차례 이상 사건사고를 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체계적으로 영사 업무를 강화하고 영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자 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개소식 격려사에서 40여년 전 입부 시절을 돌아보며 "당시에는 오늘처럼 시뮬레이션 교육은 차치하고 영사실무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나 시간이 없었다"면서 "교육장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본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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