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없는 바다서 '쾅쾅'…진도 톳 양식장 파손사고 잇따라

입력 2017-02-01 14:01  

부표 없는 바다서 '쾅쾅'…진도 톳 양식장 파손사고 잇따라

선박-양식시설 충돌 8건…공공기관 "지정 항로 아니라 부표 설치 못해"

(진도=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모내기를 마친 논을 뒤집어놓듯 배가 양식장 사이를 지나가면서 양식장 로프와 구조물을 다 끌고 가버린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요."




전남 진도군 조도면 가사도 톳 양식장이 인근을 지나는 선박들의 양식시설 충돌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민들은 정부부처에 항로표지용 부표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주요 항로가 아니라거나 소관 업무가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1일 가사도 양식장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선박 통행에 따른 양식장 파손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한 사고만 8건이 넘으며 피해액은 8억여 원에 달한다.




특히 안개가 많이 끼는 한 지점에서는 이달 중순 면적이 6ha에 달하는 양식시설이 모두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어민들은 어선과 여객선, 화물선이 지나는 데다가 지난해부터는 채광된 토석을 운반하는 바지선까지 인근을 지나며 양식장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항의했다.

어민들은 겨울철 바위에 붙은 톳 뿌리를 뜯어 줄에 엮어 입식하고 나서 반년이 지난 6월부터 수확해 일본 등지로 수출하게 되는데 입식 시설이 다 망가져 버렸다고 울상을 지었다.

톳 양식장 한 구간의 면적은 3ha로, 로프로 틀을 만든 뒤 물속에서 8t짜리 콘크리트 구조물 수십개와 40mm 두께의 밧줄로 고정한다.

어민들은 양식장 주변에 부이나 소형 부표 등을 설치해놓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호소했다.

어민들은 최근 두 건의 사고가 바지선이 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해당 선박과 합의를 논의하고 진도군과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도 항로표지용 대형 부표 설치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진도군 관계자는 "개인이 양식어업을 하며 필요한 시설은 직접 설치해야 한다. 양식장 허가를 내줄 때는 주요 항로가 아닌 곳에 내준다. 이곳이 항로로 쓰인다면 해양수산청이 관리·감독하고 사고 발생 시 해경이 조사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사고가 빈번한 해당 지점이 여객선이나 화물선의 정식 항로는 아니라며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목포해수청 관계자는 "자료상 여객선은 주변 정등해 쪽으로 다니고 화물선도 다니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불특정 다수 어선이 다니긴 하겠지만, 현재 부표 설치가 필요한 지정 항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물 선박이 최단 항로를 찾아 그쪽으로 운행할 수도 있어 항로 지정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현장조사를 한차례 했는데 (진도군이) 양식장 허가를 내줄 당시 사고가 잦은 양식장이 항로 앞쪽으로 많이 나와 있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areu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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