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세론' 조기 형성 가능성…與 '황교안 대안론' 부상 조짐
제3지대 빅텐트론 급제동…野 독주구도·文 대세론 오히려 독 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반 전 총장의 예상치 못한 중도 포기는 안 그래도 야권에 크게 기울었던 대권 판세를 당분간 더욱 불균형한 구도로 몰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고착화하면서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할 가능성도 커지는 등 야권 대선주자들로의 쏠림 현상이 한동안 가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등도 반 전 총장의 중도 탈락으로 야권에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을 십분 활용하면서 내부 경쟁에서 역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안간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여권 내부에서는 새로운 대안 후보를 물색하려는 시도 속에 잠룡(潛龍)들의 용틀임이 본격화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후보 난립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들어 여론 지지율이 급상승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반 전 총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의 탈락 전부터 황 권한대행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상태여서 보수층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황교안 대안론'으로 쏠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탈당을 모색하다 갈 곳을 잃은 여당 내 충청권 의원들이 급격히 잔류 쪽으로 선회하면서 새누리당도 '엑소더스'의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화 국면으로 서서히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우택 원내대표, 김기현 울산 시장, 김관용 경북 지사, 원유철 의원 등 물밑에서 때를 기다리던 인사들도 서서히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야당으로 급격히 기울게 된 구도는 오히려 야권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일단 외형적인 대권 구도는 야권에 훨씬 유리한 형세로 전개되고 있지만, 대항마가 없어지고 홀로 '튀어나온 못'이 된 문 전 대표도 꼭 유리한 처지가 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처럼 '대세론'을 형성한 독보적인 대권 주자로 부상한 문 전 대표가 '공적'으로 비치면서 여권 주자들은 물론 야권 내 경쟁자들로부터도 검증의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안갯속 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전략가로 통하는 한 민주당 의원은 "반기문의 증발은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 중대 변수"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중심에 섰던 이른바 '제3지대' 정계 개편 논의에도 일단 급제동이 걸렸다.
바른정당이 '보수후보 단일화'에 무게를 두고 있어 앞으로는 야권 주자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 건설이 논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이 연합체를 이룬다 해도 유권자들은 이를 '제3 지대'로 보기보다는 또 하나의 야권 연대로 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손학규 국민주권개혁위원회 의장, 정운찬 전 총리 등은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중도 보수 성향 인사를 끌어들이는 시도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급변한 대선 구도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중도층을 공략하며 떠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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