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르소는 왜 하필 아랍인을 죽였나…다시 쓰는 '이방인'

입력 2017-02-02 08:00  

뫼르소는 왜 하필 아랍인을 죽였나…다시 쓰는 '이방인'

카멜 다우드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오늘 엄마가 죽었다."(Aujourd'hui, maman est morte.)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1913∼1960)의 소설 '이방인'에는 주인공 뫼르소가 담담하게 알리는 모친의 사망을 포함해 모두 세 번의 죽음이 등장한다. 뫼르소가 단지 '태양 때문에' 방아쇠를 당긴 아랍인, 그리고 사형 집행으로 인한 뫼르소 자신의 죽음이 이어진다.

어머니와 자신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우발적 살인자' 뫼르소를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는 새로운 인간형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다섯 발의 총을 맞아 숨진 아랍인은 뫼르소의 실존적 결단을 돋보이게 하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름도, 국적도 없다.

알제리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멜 다우드(47)의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문예출판사)은 숨진 아랍인의 동생이 형의 죽음을 추적하고 '이방인'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다. 소설은 '이방인'의 첫 문장을 비틀며 시작한다.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 있네."

70대 후반 노인이 된 하룬은 카뮈를 주제로 글을 쓰려는 프랑스인 대학생과 술집에서 만나 가족사를 털어놓는다. 평범한 짐꾼이던 형 무싸는 소설 속에서 단 2시간 살다가 숨졌다. '아랍인'이라는 단어는 25번 등장하지만 형의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말, 마지막 숨결, 얼굴 표정 따위 묘사도 없었다.

뫼르소는 살인을 저질러놓고 뻔뻔하게도 한껏 멋부린 말들로 소설을 써 발표했다. 독자들은 무싸를 궁금해하지 않았고 오로지 살인자 뫼르소의 고독한 실존에 공감하기 바빴다. 일곱 살에 형을 잃은 하룬은 어머니와 함께 시신을 찾아다니며 평생 고통받았는데도 말이다.

"어떤 범죄에 관해 조사를 해볼 심산이라면 반드시 기본적인 사항부터 파악하길 바라네. 즉 죽은 자는 누구인가, 그는 어떤 사람이었나 하는 것 말이야. 내 형의 이름을 적어놓게. 형이야말로 처음에 한 번 살해당하고 난 뒤 지금까지도 계속 살해당하고 있으니까."




하룬은 뫼르소의 진술을 의심하기도 한다. 범행 시간은 오후 2시가 확실할까. 눈에 소금기가 들어갔다는 얘기는 어떻게 된 걸까. 어머니의 장례식을 그토록 자세히 묘사한 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러나 하룬은 뫼르소를 추적할수록 자신과 닮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조국을 떠나 고아처럼 산 뫼르소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죽은 형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어머니 곁에서 죽은 듯 지냈다. 하룬은 알제리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던 해, 햇볕 아닌 달빛이 비추던 새벽 2시에 프랑스인을 살해한다. 조사를 받으면서는 과거 뫼르소와 비슷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어쩌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로 석방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어. 나는 벌을 받고 싶었는데. 내 삶을 암흑으로 변화시켰던 무거운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말이야. (…) 난 내 죄를 가볍게 여기는 데 대해 모욕감마저 느꼈어."

뫼르소를 향한 증오와 분노는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지배 비판으로 읽힌다. 그러나 하룬의 프랑스인 살해는 해방 이후 달라진 정세에서 여전히 수많은 '이방인'들이 희생당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역사의 부조리를 마주한 하룬이 그토록 비판하던 뫼르소의 실존적 사유에 '귀의'하는 셈이다.

옮긴이 조현실씨는 "하룬이 뫼르소에게 증오와 동지애를 동시에 품고 있듯, 카멜 다우드도 알베르 카뮈에 대해 야속함과 동시에 찬탄에 가까운 존경심을 품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8쪽. 1만2천8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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