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비디오아트 선구자' 박현기가 페인팅으로 풀어낸 세계

입력 2017-02-01 18:43  

'토종 비디오아트 선구자' 박현기가 페인팅으로 풀어낸 세계

갤러리현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화폭에 노랗고 붉은 그림과 기호, 문자가 어지럽게 들어찼다.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아래쪽 중간의 피라미드 모형 안팎에 자리한 '物=心' 'STONE' 'SPIRIT' 단어가 그나마 선명히 읽힌다.

어린아이가 마음대로 휘갈긴 낙서인 것 같기도, 건축가의 고민이 묻어나는 건물 도면 같기도 한 이 그림은 2일부터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박현기(1942-2000) 개인전 전시작이다.

1974년 대구의 미국 문화원에서 백남준의 작품 '글로벌 그루브'에 영감을 받은 박현기는 해외에서 활동한 백남준과 비교해 토종 비디오아트의 선구자로 알려졌다. 가깝게는 2015년 1~5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기획전 '박현기 1942-2000 만다라'를 비롯해 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간간이 있었다.

2010년 박현기 회고전을 열었던 갤러리현대가 7년 만에 다시 차린 전시 '박현기-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비디오아티스트로만 인식된 박현기의 외연을 확장하고 작품세계를 더 깊이 탐구하기 위한"(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자리다.





그 차원에서 박현기가 1993~1994년 집중적으로 제작한 오일스틱 드로잉들이 처음으로 대규모로 관람객들과 만난다. 유족이 소장한 오일스틱 드로잉 50여점 중에서 20여점을 추려냈다.

물감을 크레파스처럼 굳힌 오일스틱으로 한지 위를 부드럽고 경쾌하게 누빈 그림들이다. 바탕을 유추할 수 없을 정도로 이미지 중첩을 통해 빽빽하게 채워진 드로잉들도 여러 점이다. 설치와 영상작업에 집중하면서 '내 작업은 페인팅으로 풀어낼 수 없을까'라고 생각했던 작가는 이 드로잉들을 통해 갈증을 해소했다.

작가와 친분을 쌓았던 신용덕 미술평론가는 1일 열린 간담회에서 "특정한 대상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생각의 편린, 생각하는 과정의 들쑥날쑥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생각의 흐름을 회화적 이미지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돌 영상이 나오는 TV 모니터를 돌과 겹쳐 쌓은 '비디오 돌탑'(1980)을 비롯해 박현기의 대표적인 설치작품들도 드로잉 사이사이에 배치됐다.







편마암 판석을 계단 모양으로 벽에 붙이고 실제 계단 모양을 앞에 둔 '무제'(1987/2015년 재현)는 어느 것이 계단인지 구분되지 않는 애매모호함으로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81개의 포르노 영상 위에 불상 이미지를 겹쳐 투사한 '만다라'(1997)도 "보았으나 무엇을 보았는지 알 수 없는"(신용덕 평론가) 경험을 통해 '본다'는 행위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전시는 3월 12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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