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反이민'에 후폭풍 확산…연방공무원들 '불복종' 움직임(종합)

입력 2017-02-02 00:52  

트럼프 '反이민'에 후폭풍 확산…연방공무원들 '불복종' 움직임(종합)

워싱턴 이어 뉴욕·버지니아州 등도 소송…공무원 180명 '시민불복종' 워크숍 참석

외교관 집단반발 확산…관가엔 '명령 불복종시 불이익' 공포도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옥철 기자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강경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따른 후폭풍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지방 정부들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낸 데 이어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의견을 연판장 회람 형식으로 모으는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에 서명한 미 외교관들의 숫자도 거의 1천 명에 달한다.

일부 연방공무원들은 이른바 '시민 불복종' 워크숍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집단 저항 움직임이 감지되는 지경이다.

다만 한밤중에 경질된 샐리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처럼 취임 초기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저항하다가 자리를 보전할 수 없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불복종의 추이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주 법무장관의 '대표 소송' 4개 주로 확산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뉴욕 등 4개 주 법무장관이 반 이민 행정명령의 위헌적 요소를 문제 삼아 소송을 냈다.

민주당 출신 주 법무장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환경보호, 건강보험 등 주요 이슈에 관해 '법적 저항의 조직화한 장벽'을 형성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에릭 슈나이더맨 뉴욕주 법무장관은 AP통신에 "법률가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하나의 '자각'을 한 것"이라며 "(트럼프는) 법치를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4개 주는 워싱턴 주의 밥 퍼거슨 법무장관이 맨 처음 헌법과 법치 수호를 명분으로 내걸고 소송을 낸 이후 각각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주 법무장관들이 이처럼 소송에 적극적인 것은 이들이 대부분 선출직으로 주 의회나 주지사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자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 법무장관이 나설 경우 개인이나 민간단체보다 더 광범위하게 소송을 낼 수 있다. 일종의 주 대표 소송인 셈이다.

앞서 민주당 출신 17개 주 법무장관들은 위헌적 명령에 대항해 싸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을 서약하는 문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 외교관 7천600명 중 1천 명이 '반대 채널' 서명…180명 시민 불복종 워크숍 참석

미 국무부 소속 외교관들의 집단반발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무부의 비공식 통로와 수십 개 재외공관 등을 통해 모이는 '반대 채널'에는 지금까지 약 1천 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1970년대 초 베트남 전쟁 당시부터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외교관들의 견해를 수집하는 도구로 활용돼온 반대 채널에 이같이 많은 외교관이 사인한 것은 근래 보기 어려운 일이다.

미 국무부에는 7천600명의 외교관이 소속돼 있고 일반직 공무원은 1만1천여 명이다.

지난 주말 반대 채널을 통해 메모가 전파됐지만, 누가 회람 서명을 기획하고 책임지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국무부 공식 이메일 계정을 통해 일과시간에 반대 메모가 전달되기도 했다.

메모에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동맹국을 이탈시키고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해외여행객 유입으로 미국 경제는 2천500억 달러(289조 원)의 가치를 창출하고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확보한다.

일부 외교관들은 스스로 이메일을 보내 서명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WP는 연방공무원 180명이 다음 주 열리는 시민 불복종 워크숍 참석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 워크숍은 노동자 권리와 '시민 불복종'의 행사에 관한 전문가 조언을 듣는 모임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는 수십 명의 연방공무원들이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반대 포럼에 참석했다.







◇ '저항할까 따를까' 워싱턴 관가의 딜레마

워싱턴 관가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기관차 같은 트럼프 행정부를 위해 계속 일해도 될지 의구심을 가진 관리들이 많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주말 반 이민 행정명령 때문에 공항에서 입국자를 구금한 이민국 관리들은 당시 그 불법적인 명령을 이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비록 공무원들이 정책을 만들진 않지만, 정책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응당 이행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무원들 입장에서 행정부의 명령에 불복종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예이츠 전 법무장관 대행은 반 이민 행정명령 관련 소송에서 정부를 변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그것도 심야에 해임 통보를 받았다.

미 관가에는 '일단 따르고, 나중에 불평하라'는 금언도 있다고 WP는 소개했다.

정책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될지라도 이행을 거부하는 공무원은 당장 징계나 해고 위험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내부고발자 보호법' 등 양심적인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할 만한 법적 장치가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여전히 현 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공무원들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WP는 분석했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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