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중기 물가안정목표 2% 기록해 저물가 고민 덜어
'고물가' 이어지면 기준금리 인상 압박요인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자 한국은행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통계청은 2일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2년 10월(2.1%)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예상보다 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가 국제유가상승,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등으로 오를 것으로 봤지만, 예상보다 더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8.4% 뛰었고 AI로 인한 달걀값 상승의 영향으로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도 8.5%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까지 오르면서 한은 입장에서는 '저물가'를 둘러싼 고민을 덜게 됐다.
한은이 2015년 12월 중기(2016∼2018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2.0%로 제시하고 나서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목표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1.5%를 밑돌자 작년 7월 기자설명회를 열어 저물가의 원인과 전망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상반기에 2%에 근접할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을 유지해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1% 안팎의 낮은 상승률이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기준금리 결정 등 통화정책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에서 물가가 지속해서 떨어지는 현상)에 빠질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가 서민들에게 영향이 큰 체감물가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반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물가 문제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힘을 잃을 공산이 크다.
다만, 한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통화정책에 큰 영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은 관계자는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중기적 시계에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본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일시적으로 2%로 올랐다고 해서 통화정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통화정책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근원물가는 1.5%로 전월(1.2%)보다 높아졌지만 아직 1%대 중반 수준이다.
한은은 2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후반으로 낮아질 개연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작년 2월에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탔기 때문에 전년 동기대비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원유, 비철금속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국내 소비자물가가 들썩일 개연성이 있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국제원자재 시장에 관한 보고서에서 "국제원자재 시장의 회복세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자재 시장 회복에 따라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 통화정책에도 중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맞물려 국내 기준금리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에는 국제유가 등 일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며 "만약 몇 달간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경우 한은의 금리 정책 기조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