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전투적인 외교 정책"…오바마 유산 지우기+초반 기선제압 효과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초반 외교 무대에서 강공 전술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호주와 맺은 난민 협정을 비난하며 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가 호주로부터 불법 이민자 수천 명을 받기로 합의했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나는 이 멍청한 협상(dumb deal)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는 지난해 11월 난민 교환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미국이 호주 역외 난민시설(남태평양 나우루 공화국·파푸아뉴기니 소재)의 수용자 일부를 받아들이는 대신 호주는 미국 역외 수용소(코스타리카)의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의 중동 난민은 미국이,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의 중남미 난민은 호주가 각각 수용하기로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글은 그가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불편한' 통화를 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올라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턴불 총리가 난민 수용 문제를 두고 불화를 빚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오바마 정부가 호주와 맺은 난민 협정에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턴불 총리가 협정 준수를 확인받으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가 "다음번 보스턴 (마라톤) 테러범들"을 수출하려 한다며 "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향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그는 트위터에 "미국이 3조 달러(약 3천444조원)를 쏟아부은 이후에도 이란은 급속히 이라크를 점점 더 잠식하고 있다"고 썼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란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규탄하면서 이란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플린 보좌관은 이란이 각종 협정을 체결해 준 미국에 감사해 하는 대신 오히려 대담해지고 있다며 "오늘부로 우리는 공식으로 이란에 (경고 메시지를) 통보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보낸 경고 메시지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다만 트럼프 정부가 이란의 도발적 행동을 용납하지 않고 핵 합의도 재검토하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가 주도해 타결한 이란 핵 합의를 폐기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트럼프 정부의 강경 발언들은 '오바마 레거시(유산)'를 지우려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외교 무대에서 초반 기선을 제압해 '미국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인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고자 미국 이익에 맞춰 기존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외교를 제쳐놓고 전투적이고 인습 타파적인 외교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대립을 일삼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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