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문가 "관련주 1년 이상 누려…반등도 소폭에 그칠 것"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화장품 등 중국 관련주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투자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국내 화장품 업계는 물론이고 여행, 면세점,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도 직격탄이 된 보복 조치를 반년 넘게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국행 자국 관광객(유커)과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더니 한국행 전세기 불허, 크루즈선 운항 감축까지 중국발 사드 역풍은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해당 업종을 담당하는 증권사 연구원들은 당분간은 어렵더라도 기초체력이 튼튼한 만큼 투자할 만하다고 강조하지만, 맥 못 추는 주가 앞에서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화장품 대장주이자 중국 관련주 대표격인 아모레퍼시픽[090430]은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작년 7월 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주가가 32%가량 내렸다.
사드 후폭풍에 시가총액 3분의 1이 증발한 셈이다.
LG생활건강[051900], 한국콜마[161890], 코스맥스[192820] 등 나머지 화장품주들 역시 동병상련의 처지다.
이들 종목에 쌈짓돈을 대거 쏟아부은 개인투자자들은 상당수가 반등을 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 중이다.
최근 1~2년간 주가 랠리를 경험해 온 터라 조만간 반발 매수세를 타고 'V'자 반등을 펼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반등이 나오더라도 기대만큼 주가가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일 "중국 관련주가 사드라는 악재에서 벗어나려면 국가 차원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는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반등을 하더라도 일시적이고 소폭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과거 중국 관련주 1세대의 경우에 비추어 볼 때 화장품을 필두로 한 2세대들의 주가 전망은 밝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관련주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드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종목이 1년 넘게 대절정의 시간을 누렸다는 점"이라며 "철강, 화학, 조선 등 1세대 중국 관련주들 역시 최고점에 다다른 다음부터는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분간 중국의 보복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일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는데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 19개가 한국산이었다.
최근엔 중국 정부가 여행사에 구두로 한국행 비자신청 수량마저 줄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개인 관광객은 사드문제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지만 수치로 나타난 방한 관광객 감소 부분은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인 개입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 자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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