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당해" 거짓말했다 430만원 손배소…300차례 허위신고자 징역형
작년 112 허위 신고로 처벌된 사례 3천435건…2015년보다 32% 급증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위급한 상황을 가장해 경찰이 긴급 출동하게 하는 거짓 신고 전화는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동해야 하는 경찰력을 낭비시킨다.
경찰과 사법부가 장난 전화나 허위 신고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이유다.
장난 혹은 홧김에 한 허위 신고 전화 한 통이 형사 처벌은 물론 수백만원의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수도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 1일 괴한 2명에게 폭행당하고 돈을 빼앗겼다며 거짓 신고한 김모(22)씨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29일 "괴한 2명에게 폭행당하고 지갑을 빼앗겼다"며 112에 허위로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당일 형사 20여명을 동원해 사건 현장 수색을 벌이는 등 두 달여간 수사력을 낭비했다.
오랜 수사에도 단서를 잡을 수 없었던 경찰은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김씨를 수상히 여겨 추궁한 끝에 "지갑을 잃어버려 홧김에 거짓 신고를 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수사에 투입된 경찰의 계급·호봉을 고려해 산정한 정신적 위자료 등을 계산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법원에 낼 계획이다.
이 경찰서는 지난해 6월 강도를 당했다며 허위신고한 40대에게 43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하루 4차례 연이어 거짓 신고를 한 문모(33)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2015년 8월 문씨는 술김에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하루 4차례 112에 허위로 신고했다.
문씨는 경범죄처벌법 위반과 업무방해에 따른 벌금 50만원에 민사 배상금 125만원까지 물어내야 했다.
허위로 범죄나 재해를 신고하면 6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과료에 처할 수 있다.
정도가 심하거나 상습적인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돼 처벌받는다.
지난해 11월 수원 중부경찰서는 1년 동안 435차례의 허위신고를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신모(56·여)씨를 구속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435차례에 걸쳐 폭행, 성폭행, 주거침입, 협박 등의 피해를 봤다며 112 허위신고를 하고, 이웃 주민 등 주변 인물을 용의자로 지목해 경찰력을 낭비하게 했다.
경찰은 신씨가 지난 1년 동안 112에 전화를 건 횟수는 모두 1천167번으로, 이중 허위로 밝혀진 신고가 435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도를 넘은 허위신고자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은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모(54·여)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판사는 "피고인은 장기간 수백 차례에 걸쳐 허위로 112 신고를 하는 방법으로 경찰공무원의 공무집행을 방해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전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00차례에 걸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허위신고를 해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거짓 신고로 인한 경범죄처벌법 위반 처벌 건수는 2014년 2천394건에서 2015년 2천610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3천435건으로 32% 급증했다.
경찰은 허위 신고는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에 따라 거짓 신고 전화 중 처벌 사례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2012년 24%였던 허위 신고 처벌률을 2015년부터 90% 이상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말 긴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의 '골든타임'을 빼앗을 수도 있는 명백한 범죄"라면서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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